개인신용정보 한눈에 본다…은행-카드-백화점 거래실적 통합

  • 입력 2003년 8월 26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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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개통하고 싶은데요.”

“힘듭니다. 당신은 우리가 조회할 수 있는 ‘크레디트(credit)’가 없습니다.”

해외 유학생과 연수자, 해외지사 근무자들이 미국 생활 초기에 흔히 겪는 일 가운데 하나다.

한국에서는 신원이 확인되고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신용(信用)이 필요하다. 고객이 휴대전화를 쓰고 나중에 요금을 제대로 낼지를 개인 신용정보를 통해서 파악하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개인 신용정보를 수집하고 평가하는 개인 신용정보회사(Credit Bureau·CB)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도 미국식 CB시스템을 따라 개인신용정보망을 구축하는 데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현재 한국신용정보(한신정)와 한국신용평가정보(한신평정) 등 2개 회사가 대규모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이 가운데 한신정은 26일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D&B사와 세계적인 수준의 CB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의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발걸음 재촉하는 신용평가회사=한신정과 한신평정이 시장에 뛰어든 데는 정부의 의지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신용불량자 제도를 없애는 전제 조건으로 개인 신용정보 및 평가 시스템을 만든 뒤 신용도에 따라 금융거래 등이 이뤄지는 ‘개인 신용 인프라’가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은행연합회에 집중돼 모든 금융기관이 공유할 수 있는 개인 신용정보는 30만원 이상, 3개월 이상 연체한 신용불량자 정보가 유일하다. 삼성 LG 비씨 등 5대 주요 카드업체는 5일 이상 카드연체 기록을 보유하고 있지만 5개사 외에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대출 상환 기록, ‘만기 일시상환’, ‘분할 상환’과 같은 개인의 금융거래 관행 등의 정보는 개별 금융기관이 꼭 쥐고 있었다.

다른 금융기관의 거래내용 등을 알아야 개인 신용평가가 가능한데 이것이 힘든 실정이다.

한신정과 한신평정은 이에 따라 우선 각 금융기관 및 백화점과 계약을 하고 △5일 이상 연체정보 △개인 신상정보 △금융거래 관행 정보 △구매 금액 등 거래실적을 수집하고 있다. 현재 한신정은 158개사, 한신평정은 141개사와 계약을 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남욱(南旭) 한신정 본부장은 “5개 대형 카드사들이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제대로 된 개인신용망을 갖추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형 금융기관들은 자신들이 큰 비용을 들여 구축한 개인 신용정보를 신용평가회사에 제공하는 대신 얻을 정보가 많지 않다고 생각해 이 시스템 참여를 꺼리고 있다. 미국 CB업체가 금융기관들의 개인 신용정보 교류에 대한 자발적인 필요 때문에 생겨난 것과 비교하면 출발부터가 다르다.

미국의 경우 개인신용평가회사가 1860년부터 생겨나 수천개사의 합병을 거쳐 현재 3개의 신용평가사로 통합됐다. 개인과 금융기관들은 일정한 수수료만 내면 개인 신용 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다. 이 때문에 140년 역사의 미국 개인신용평가시스템을 따라간다는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 임병철(林炳喆) 연구위원은 “방대한 개인신용정보를 입력하는 미국식 시스템을 무작정 쫓아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현재로서는 금융기관이 갖고 있는 개인 신용정보라도 공유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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