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일본 현지 르포]고객 제일주의…"파업은 옛날얘기"

  • 입력 2003년 8월 24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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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이라고요. 그렇다면 고객에게 불편을 주지 않나요?”

22일 일본 아이치(愛知)현 도요타(豊田)시 도요타 본사에서 만난 이 회사 임원들은 “노조 파업은 당장 고객들에게 피해를 끼쳐 도요타의 경영철학인 고객제일주의를 지킬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답했다. 도요타는 50년 넘게 무(無)분규를 기록하고 있다.

올 3월 말 결산 결과 도요타는 연간 매출액 15조5000억엔(약 155조원), 영업이익 1조2700억엔(약 12조7000억원)을 올렸다. 이렇게 엄청난 흑자를 냈는데도 노조는 임금인상을 자진해서 포기했다.

우치야마다 다케시(內山田 竹志) 차량기술본부 전무는 “도요타도 50년대 극심한 노동쟁의를 겪었지만 그 폐단을 절감하고 노사화합의 전통을 만들었다”며 “이제 도요타에서 파업이란 과거의 ‘역사’”라고 밝혔다.

대신 회사는 고용안정으로 종업원들에게 보답한다. 아라이 마사유키(荒井正行) 아시아부 부장은 “나라에 따라 고용문화는 다르겠지만 도요타는 모든 종업원들에게 장기고용을 보장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모든 직원들이 10년, 20년 후의 미래를 설계하고 회사 일에 전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가이젠(改善)’과 같은 용어를 일본어 발음 그대로 세계에 통용시킨 일본형 경영 모델의 상징이기도 하다. 일명 ‘도요타 방식(TOYOTA way)’으로 알려진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은 세계 경영학 교과서에서 단골 메뉴가 되었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도요타의 생산방식을 배우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아 도요타는 최근 아예 경영전문컨설팅 회사를 독립시켰다. 도요타는 이런 식으로 지난해 한 해 동안만 2900억엔(약 2조9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도요타는 장기고용 보장과 ‘가이젠’ 등 철저히 일본식 경영모델을 추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누구보다도 앞서 세계화 전략을 추진해왔다. 도요타에서 일본 자국 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3% 정도.

이제는 현지 고객들의 요구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해외 생산 기지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북미와 유럽의 공장 생산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잠재적 거대시장인 중국에도 현지 업체와 합작으로 공장을 설립해 2010년까지는 시장점유율 10%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도요타=공종식기자 kong@donga.com

▼도요타가 보는 현대차 ▼

“품질이 많이 개선됐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

2010년까지 글로벌 톱5를 지향하는 현대자동차에 대한 도요타 간부들의 반응이다.

“도요타가 렉서스에서 성공한 것처럼 현대차가 프리미엄급 모델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도요타 임원들은 곤혹스러워하며 말을 아꼈다. 그러다 한 핵심 엔지니어는 “자동차 메이커가 고급 브랜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회사들은 가지지 못한 독자적인 선진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지금 당장 현대차로선 쉽지 않으리라는 답변을 우회적으로 한 것. 다른 간부는 “매년 계속되는 노사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향후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했다.지난해 기아차를 합쳐 현대차 그룹의 총생산대수는 275만대로 세계 8위. 판매대수에서 글로벌 톱5에 들기 위해서는 혼다, PSA푸조시트로앵, 다임러크라이슬러를 제쳐야 한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도요타와 혼다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갔지만 현대차는 모터쇼용 컨셉트카로만 개발한 단계.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치열하게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도요타=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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