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 오를까…외국인 의도 드러날땐 주가 '출렁'

  • 입력 2003년 8월 17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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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은 8일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해 매수추천 보고서를 내면서 ‘타세요. 올라갑니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외국인이 주식을 대거 사들이기 시작했고 주가가 급등했다. 14일 주가는 삼성증권이 6개월 목표주가로 제시한 2만7000원을 넘은 2만8750원으로 끝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제 위험관리에 나설 때”라고 조언한다.

▽경영권 호재 이후를 대비해야=최근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 급등은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신성호 우리증권 이사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이유로 주가가 오르면 분쟁이 없거나 문제가 해결되면 주가가 내리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소버린자산운용의 SK㈜ 주식 매집은 여러 면에서 이번 사건과 비슷하다. 우선 매집의 대상이 된 두 회사는 현대와 SK 등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의 지주회사. 외국인은 두 그룹이 최악의 상황에 몰려 주가가 최저치로 떨어졌을 때 기습적으로 주식을 사들였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사망한 4일 주가가 1만2350원으로 6월 25일 이후 가장 낮았다. SK㈜는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이 터진 직후인 14일 주가가 5890원으로 바닥이었다. 소버린은 3월 26일(8600원)부터 주식을 매집했다.

두 사건에서 외국인이 실제로 경영권을 노렸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SK㈜의 경우 소버린이 정체를 밝히고 경영권을 노리지 않는다고 밝히자 4월 중순부터 주가가 내렸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도 5% 이상을 매집한 외국인이 이번 주 정체를 드러내면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신 이사는 “6월 광명전기 주가도 경영권 문제 해결 뒤 주가가 내렸고 1996년의 미도파 사건처럼 경영권 분쟁이 심해지면 회사가 망가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시 내재(內在)가치로 돌아가라=증권전문가들은 이제 기업 자체의 내재가치를 잘 따져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당장 난처해진 것은 삼성증권. 6개월 목표주가가 단 5일 만에 달성된 상황이어서 좋든 싫든 “일주일 전 가격 계산이 틀렸으니 목표주가를 다시 올린다”거나 “목표주가가 달성됐으니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야 한다. 송준덕 삼성증권 스몰캡 팀장은 “조만간 다시 의견을 낼 예정이나 공정 공시에 위반돼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운용본부장은 “외국인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노린다고 볼 수 없고 최근 주가가 너무 올라 지금 회사 가치보다 값이 싸다고 보기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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