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商議회장 “대한민국 뭘 먹고 살지 걱정”

  • 입력 2003년 8월 7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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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앞으로 무얼 먹고 살지 걱정입니다. 그저 까마득하기만 합니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의 대표 접견실. 박용성(朴容晟.사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정대철(鄭大哲) 대표와 정세균(丁世均) 정책위의장에게 “정부의 주5일 근무제 입법안을 조속히 국회에서 처리해 달라”고 ‘간청’하며 넋두리처럼 한 말이다.

박 회장은 현대자동차의 임금 및 단체협상 결과와 주5일 근무제에 대한 노동계안 등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하도 답답해서 이렇게 찾아왔다”는 말을 세 번이나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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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 현대자동차의 임단협은 ‘노동계와 재계의 대리전’이었다”며 “(노조에 유리한 결과 때문에) 그 부담의 대부분이 관련 협력업체로 넘어갈 것이란 우려가 있다. 그들 중소기업은 ‘파업으로 조업도 못한 데다 경영상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자동차의 주5일 근무제처럼 휴일이 연 170∼180일이 되면 산업경쟁력은 크게 떨어진다”며 “정치권이 정부안대로 주5일 근무제의 틀을 입법화해서 현대자동차의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현대자동차와 같은 방식의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 우리(재계)는 보따리 싸고 해외로 갈 수밖에 없다. 노동계는 이를 ‘공갈’이라고 하는데 이젠 ‘현실’”이라며 “자동차 같은 자본집약적 산업까지 해외로 나가면 앞으로 대한민국 4700만 국민은 뭘 먹고 살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의 노동자 임금이 한국보다 더 싸다고 한다”며 “자동차처럼 경쟁력 있는 제조업이 한국에 남아 있어야 고용 유지나 창출이 된다. (경영 여건이) 이렇게 급속히 변화하면 (제조업이) 살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또 97년 외환위기보다 더 무서운 것이 앞으로 닫칠 ‘제조업 위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경제위기라고 하는데, 97년 외환위기 같은 것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제조업 경쟁력의 위기이다. 외환위기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돈을 꾸고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 극복했지만, 제조업의 기반이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이에 정 대표는 주5일 근무제와 관련해 “여당인 만큼 정부안이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며 다소 의례적인 답변을 했고, 정 의장도 현대차 임단협 결과에 대해 “개별사업장의 노사 합의에 대해 정치권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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