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대기업 총수와는 달리 세상을 떠난 후에도 경영권의 후계 구도나 상속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있다. 자녀들이 아직 어린 데다 그가 남긴 지분도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정몽헌가(家)’에서 경영권과 관련해 거론되는 인물은 정 회장의 장인 장모 정도다.
정 회장의 장인은 현영원(玄永源·76) 현대상선 회장이다. 현 회장은 ‘회장’ 직함과 사무실을 갖고 있지만 실제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현대상선 지분도 0.01%에 불과하다.
현 회장은 고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 시절인 84년부터 현대상선 회장을 맡아왔다. 95년 정몽구(鄭夢九) 현대자동차 회장이 현대그룹의 전면에 나서면서 고문으로 잠시 물러났다가 다시 복귀했다. 1956년 근해상선 대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해운업 한 우물만 파와 해운업계의 ‘대부’로 불린다.
그러나 4일 빈소에 들른 현 회장은 혼자서 기동하는 것도 어려운 모습이었다. 2000년부터 맡아온 한국선주협회 회장 자리도 임기를 채우기 전인 지난달 ‘건강상의 이유’로 내놓았다.
경영권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인물은 장모인 김문희(金文姬·75)씨다. 김씨는 고 김용주(金龍周) ㈜전방 회장의 딸로 김창성(金昌星)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누나.
서울 용문중고 이사장인 김문희씨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18.57%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김문희씨의 이름이 자주 나오는 이유는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 계열사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상선의 최대주주(15.16%)이기 때문. 현대상선은 현대아산(40%), 현대택배(30.1%), 현대증권(16.63%) 등의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경영권에 가장 근접한 인물인 셈이다.
주변에선 그러나 그동안 김문희씨가 단 한 번도 경영에 참여한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앞으로도 경영 일선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 회장은 2녀 1남을 두었지만 아직 어리다. 큰딸(26)은 유학 준비 중이고 작은딸과 아들은 각각 대학생, 고등학생이다.
이들에게 남겨줄 지분도 별로 없다. 정 회장이 가진 주식은 현대상선 지분(4.9%)이 전부이며 모두 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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