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치영/生保社들의 ‘비난 자초’

  • 입력 2003년 7월 24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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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보호원이 최근 생명보험사들의 종신보험료를 비교 발표한 데 대해 생보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소보원은 “매월 내는 보험료와 보험을 해약할 때 돌려받는 해약환급금이 보험사별로 20% 이상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국내 처음으로 18개 생보사의 종신보험 상품을 비교 분석한 결과다.

그러자 생보사들은 “상품 구조가 복잡한 각사의 종신보험을 일률적인 잣대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정해진 보험금을 지급하는 확정금리형이냐, 금리수준에 따라 보험금 액수가 달라지는 변동금리형이냐에 따라 보험료나 환급금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또 여러 가지 특약이 있기 때문에 주 계약 보험료만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은 A생명의 한 임원조차 “보험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기관이 무리한 분석을 내놓아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런데 과연 이 같은 측면만 있을까?

소보원이 2월 조사를 시작하면서 각 생보사에 연령별, 성별, 보험금액별 보험료 자료 등을 요청하자 생명보험협회는 보험사들을 불러 모아 여러 차례 대책회의를 가졌다. 그 결과 생보업계는 나름대로 ‘공동 기준’을 만들었고 소보원은 생보협회가 모은 회사별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했다. 즉 분석 작업만 소보원이 했을 뿐 기준과 자료는 모두 생보사들이 제공한 것이었다.

나아가 소보원의 보험료 비교 분석 작업은 생보사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그동안 정보 공개에 워낙 인색했던 것이다.

소비자들은 그동안 자신에게 맞는 보험을 고르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정보에조차 접근할 수 없었다. 보험료가 얼마인지, 보험사가 자신이 낸 보험료 가운데 사업비로 얼마나 쓰는지, 보험금으로는 얼마나 지급하고 있는지 등을 알기 어려웠다.

보험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험료를 계산해 보려 해도 대부분 정확한 금액은 알려주지 않은 채 ‘설계사와 상담하라’는 답변이 나올 뿐이다.

2002 회계연도(2002년 4월∼2003년 3월) 결산이 끝난 지 4개월이 됐는데도 10여개 생보사의 홈페이지에는 아직도 전년도 실적이 공시돼 있다.

보험 소비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보험소비자연맹의 조연행(趙連行) 사무국장은 “감독규정의 공시의무조차 지키지 않는 보험사들이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겠느냐”고 말했다.

물론 생보업계의 불평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소비자를 두려워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신치영 경제부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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