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제일모직 등 의류업계 "불황일수록 공격경영"

  • 입력 2003년 7월 8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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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불황일 때 찾아온다.’

국내 소비의 위축으로 중소 패션 전문업체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지만 일부 업체들은 확장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불황을 기회 삼아 영업마진이 높은 의류사업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거나 신규 분야에 유리한 조건으로 진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랜드는 올 3월 중고가 아동복 브랜드인 ‘엘덴’을 인수한 데 이어 6월에도 아동복 ‘뉴골든’과 ‘캡스’를 인수했다. 자체 브랜드의 개발도 서둘러 올 4월 아동 내의 ‘쁘띠랭’을 선보였고, 9월에도 중고가 유아복을 내놓는다.

이랜드 김용범 과장은 “경기침체로 좋은 브랜드가 싼 가격에 나와 인수한 것”이라며 “불황으로 손쉽게 유아, 아동복 상품의 구색을 다양하게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캐주얼과 중저가 아동복에 치우쳤던 매출을 불황 덕분에 ‘싸게’ 구조조정한 것.

제일모직도 올 9월 새 브랜드 ‘빈폴키즈’를 시작으로 아동복 시장에 진출한다. 제일모직의 박상익 과장은 “국내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아동복에 뛰어든 것은 사실상 처음이며 앞으로 성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제일모직은 불황을 틈타 백화점 매장도 대폭 늘리고 있다. 하반기에만 빈폴 9개, 로가디스 5개 등 총 34개 매장을 백화점에 새로 연다. 제일모직은 “백화점에서 빠져나가는 중소업체가 늘면서 백화점 입점이 쉬워진 것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한 대안(代案)으로 의류업종에 신규 진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기존 무역업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종합상사들이 대표적.

현대종합상사는 ‘해외 유명 의류 브랜드의 직수입→라이선스로 국내 생산→자체 브랜드 개발’의 과정을 거쳐 의류업에 뛰어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올 2월 독일의 유명 패션 브랜드 ‘욥(JOOP)’을 들여왔고 올 하반기엔 독일의 ‘스트라네세’와 프랑스의 고급 드레스셔츠 브랜드 ‘알앵 휘가레’를 직수입, 백화점에 입점시킨다는 계획.

SK글로벌도 9월경 ‘토미힐피거’를 선보이고 카스피를 새 단장하는 등 의류 부문의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LG상사는 영업이익이 높은 패션부문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에만 3개의 신규 브랜드를 내놓았다.

동원증권 송계선 애널리스트는 “종합상사들은 무역업에서 이익을 얻기 어려워 고(高)마진 내수 사업을 찾는다”며 “영업이익률이 15∼20%에 이르는 의류부문이 선택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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