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선우석호/왜 지주회사인가

  • 입력 2003년 7월 6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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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이 4월 34개 계열사를 자회사로 하는 지주회사 ㈜LG 출범을 전후해 동원, 녹십자, 농심와 이수그룹 등이 각자 나름대로의 목적을 가지고 지주회사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우리나라 재벌들이 그동안의 소유구조에서 탈피하여 개혁적인 소유구조모델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주회사체제에서는 지주회사와 자회사간의 출자관계만 있을 뿐 자회사간의 출자가 없으므로 ‘순환출자’가 특징이었던 과거와 비교하면 매우 단순하고 투명한 소유구조를 수용한 셈이다.

이러한 지주회사로의 변신은 과거 50여 년 동안 소규모기업에서 대규모의 그룹으로 급속히 성장하는 과정에서 순환출자에 의한 폐쇄적인 기업구조가 긍정적인 역할을 했을지 몰라도 앞으로는 이런 가족경영구조로는 범세계적인 경쟁과 투명경영에의 요구를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으로의 관심은 과연 지주회사제도의 도입이 그동안의 재벌 폐해를 줄여 기업풍토가 더욱 투명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주회사제도는 우선 계열사간 상호출자를 없애 미미한 지분만을 가진 총수가 계열사 지분을 통해 그룹을 지배하는 것을 막는다. 즉 실제 지분을 넘는 총수의 지배권 행사를 차단하는 것.

또 계열사간 지원을 차단함으로써 수익성이 좋은 계열사의 재무건전성을 더욱 강화시켜 주는 반면 부실 계열사의 퇴출을 유도하게 된다. 아울러 계열사간 상호지분보유나 상호지급보증을 막아 계열사들의 독립경영은 더욱 강화된다.

배당금정책도 크게 변화할 것이다. 지주회사의 주요 수입원이 자회사들로부터의 배당금이기 때문에 자회사들은 배당금 지급을 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지주회사가 모든 재벌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우선 금융계열사들은 ‘지주회사 우산’에서 배제된다. 예를 들어 LG자회사가 가지고 있는 LG카드 지분은 해소되지 않는다. 따라서 LG카드가 부실화될 경우 관련 자회사들이 동반 부실해질 수도 있다.

또 현제도하에서는 자회사의 재무건전성을 크게 개선시키지 못할 수 있다.

급격히 늘어나는 배당부담은 지주회사로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선진국의 경우와 같이 주가대비 CD금리 정도(약 3.5%)의 배당을 한다면 자회사들은 엄청난 자금 압박을 받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SK글로벌 사태에서 보듯이 막강한 힘을 가진 대주주가 분식회계를 주도할 경우 각 자회사 이사회가 이를 견제할 능력이나 의지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즉 이사회의 활성화와 같은 지배구조의 개선, 회계법인들의 투철한 직업의식, 채권은행들의 감시, 신용평가기관의 올바른 채권평가, 자본시장의 감시 등이 전제되지 않는 한 지주회사 체제의 도입은 단지 재벌문제의 부분적 해결책에 그칠 것이다.

결국 지주회사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여부는 자회사들이 유능한 전문경영인에 의해 경영되는가에 달려있다. 무능한 경영자에 의해 경영될 때 이 회사의 주가를 떨어뜨리는 투자자의 밝은 눈과, 분식회계 등 불법을 일삼는 기업의 경영자는 반드시 처벌하는 감독기관의 의지가 있다면 지주회사체제의 도입은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다.

홍익대 경영학과 선우석호(鮮于奭晧)교수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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