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증권 '과거 주가' 분석 "주가바닥 15개월 지내야 확인"

  • 입력 2003년 7월 3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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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 8월부터 94년 2월까지 종합주가지수는 475선에서 갑절 남짓인 960선으로 올랐다.

하지만 ‘경기가 좋아졌으니 주식투자를 한번 해볼 만하다’는 얘기가 퍼지기 시작한 것은 93년 4·4분기쯤이다. 종합주가지수가 850선을 오르내리고 있던 시점이었다. 경기 논쟁에 발목이 잡혀 주식투자로 큰돈을 벌 수 있는 타이밍을 거의 다 흘려보낸 것.

당시 대세상승이 개막된 주가 바닥 시점은 92년 8월 중순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기업 실적이 갈수록 나빠지고 실물경기의 개선 기미도 없었다. 경기는 계속 나빠져 92년 4·4분기에 가서야 바닥을 찍었다.

요컨대 주가 바닥은 경기 저점보다 3∼4개월 먼저 나타났다. 경제학자들이 옥신각신한 끝에 ‘경기의 방향이 완연히 바뀌었다’는 결론을 내린 시점보다는 1년을 앞섰다. 물론 경기 논란이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 나타난 탄탄한 주가 상승세는 간단히 ‘과열’과 ‘투기’로 간주됐다.

전문가들의 경기 논란이 투자자들의 입과 귀를 가려 최적의 투자 타이밍을 흘려보내게 만든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2000년 초까지 이어진 대세상승장에서도 전문가들의 뒷북치기가 재현됐다. 2000년 9·11테러 사건 이후 2002년 상반기까지의 상승장에서도 전문가들이 경기 반전을 승인하기 전까지는 곳곳에서 증시과열 경고가 울렸다. 하지만 ‘실물경제의 체온계’ 역할을 하는 주가는 칠흑 속에서 새로운 순환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겨울에 밀짚모자를 산’ 투자자들만이 그 후 넉넉한 보상을 받았다.

22년째 한국주가의 움직임을 관찰해온 우리증권 신성호 리서치센터장은 “경제전문가들의 경기 논쟁은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에 이르러야 끝나는데, 그것이 확인되려면 통상 주가 바닥 이후 5, 6개 분기는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주가는 중요한 고비에서 경기 수준보다는 경기의 방향에 더 민감하다’는 ‘경험법칙’에 유념하면서 국내 경기 이외에 해외 경기, 외국인 동향, 주가의 저평가 정도 등 주가 흐름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인들도 함께 고려해 투자 타이밍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의 실물 경기 및 주가의 순환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고 갈수록 변동성이 심해지고 있는 만큼 독단적인 판단을 피해야 한다는 것.

그는 “주가가 궁극적으로는 실물경기에 좌우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나 지금 경기 수준이 어디쯤 와 있는지를 알기는 불가능하다”면서 “시장 흐름에 순응하면서 겸허한 자세로 투자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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