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600억달러 프로젝트' 어찌할 것

  • 입력 2003년 6월 6일 1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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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600억 달러 프로젝트를 어찌할 것인가.'

청와대가 삼성전자의 경기도 기흥 반도체공장 증설 허용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삼성전자는 2007년까지 600억 달러(72조원)를 투자해 현재 반도체 생산라인이 있는 기흥 근처의 화성에 메모리반도체 설비라인 6개를 증설해 제2의 반도체 공장을 세운다는 계획. 그러나 이 초대형 프로젝트는 수도권 집중억제라는 정부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주무 부처인 산업자원부는 삼성이 이 문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한 연초부터 허용여부를 놓고 고심했으나 새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전략'과 어긋난다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고쳐야할 법은 산업집적활성화법과 택지개발촉진법 등 두 법령의 시행령. 금방 풀릴 것 같던 문제가 정부 쪽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차일피일 미뤄지자 당장 공장을 지어야 하는 삼성 쪽도 몸이 달아올랐다.

삼성전자는 이윤우 사장을 비롯한 고위층이 정부와 청와대에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전방위 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윤진식(尹鎭植) 산자부장관은 5일 재계 간담회에서 이 문제가 재차 거론되자 "연말까지 수도권 공장 신증설이 가능하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말했으나 확답은 주지 못했다.

이 문제는 정부부처 안에서 "누가 고양이 목(청와대)에 방울을 달 것인가"라는 핵심현안으로 떠오른 상태. 무엇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핵심 참모진을 설득시켜야 하지만 관료 입장에서는 삼성이라는 대기업의 편에 서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어 부담스럽다는 눈치다. 청와대 안에서도 이 문제가 대통령의 국정과제와도 직결돼 있는 사안이어서 아직 누구도 정식으로 거론하지 못한 상태. 그러나 대통령직속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위원장 성경륭·成炅隆)는 "삼성전자 기흥공장 증설 허용문제는 대통령의 '선 지방육성 후 수도권 계획적 관리'라는 지방분권 원칙과 거리가 멀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성 위원장은 "워낙 어려운 문제여서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의 지방분권 원칙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오규(權五奎) 정책수석비서관은 "수도권 집중문제와 연관된 사안이기 때문에 이 문제만 단독으로 논의할 게 아니라 지역균형발전 프로그램 등과 '패키지'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사업구조상 기흥공장과 꼭 붙어있어야 하는 공장은 화성에 짓더라도 그렇지 않은 파트는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청와대는 지역균형발전위원회의 지방발전 프로그램과 기획예산처의 지방순회 공청회 및 행정수도이전준비기확단의 공청회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말까지 이 문제를 계속 논의하겠다는 방침.

노 대통령도 딱 부러진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이었던 2월초 "수도권에 대한 새로운 개발계획과 지방균형 발전에 대한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현행규제를 더 풀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취임 후에는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허용하겠다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으나 2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수도권 규제를 전반적으로 풀겠다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과 지방을 모두 살려내는 윈윈 정책을 수행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삼성전자 측은 "정 안되면 중국 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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