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행복한 세상]신세대 직장인 홍민기-박경필씨의 '디카예찬'

  • 입력 2003년 5월 19일 1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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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 마니아 홍민기씨(왼쪽)와 박경필씨가 장난스런 표정으로 상대방의 모습을 찍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촬영에도 아랑곳 없이 사진기자가 사용중인 디지털 카메라에 오히려 관심을 보였다. 홍씨는 자신의 일안반사(SLR) 카메라 후지 S2프로 대신 니콘 기종을 사용했다. 박주일기자 fuzine@donga.com
디카 마니아 홍민기씨(왼쪽)와 박경필씨가 장난스런 표정으로 상대방의 모습을 찍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촬영에도 아랑곳 없이 사진기자가 사용중인 디지털 카메라에 오히려 관심을 보였다. 홍씨는 자신의 일안반사(SLR) 카메라 후지 S2프로 대신 니콘 기종을 사용했다. 박주일기자 fuzine@donga.com
‘기념사진만 찍는 일로는 만족할 수 없다.’

디지털카메라(디카)의 대중화로 디지털카메라를 항상 휴대하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셔터를 눌러대는 ‘디카족’이 늘고 있다. 기록 수단으로만 여겨졌던 카메라가 디지털 시대를 맞아 노트북이나 개인휴대단말기(PDA)처럼 편리한 개인정보기기로 거듭나고 있는 셈.

신세대 직장인 홍민기씨(29)와 박경필씨(26)는 디지털카메라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울 디카 마니아. 디지털카메라 동호회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터줏대감인 이들은 “정보기기로 부활한 디카 덕분에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며 디카 예찬론을 늘어놓기에 바빴다.

▽디카는 정보화 시대의 필수품= 데이콤 웹하드 사업팀에 근무하는 홍씨는 사람을 만나면 다짜고짜 카메라부터 들이댄다.

처음 만나는 사람의 얼굴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은 홍씨만의 인사법이다. 상대방이 건넨 명함도 주머니에 넣기 전에 사진으로 찍어둔다. 대화 도중에는 틈틈이 시계나 휴대전화 등 상대방을 기억할 만한 소품들도 촬영한다. 사진 속에 말소리를 함께 녹음해 두면 나중에 볼 때 상황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

홍씨는 이렇게 찍은 사진들을 모아 자신만의 인명록을 만들었다. 얼굴과 명함을 사진으로 보관하기 때문에 별도로 주소록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 간단한 인물 메모는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사진 위에 직접 적어둔다.

박씨는 디카를 늘 휴대하는 것도 부족해 일주일에 두 번은 동호회원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나간다. 도심이나 교외로 나가면 한 번에 200∼300장씩 찍는다. 그는 “휴대전화와 디카 중에 꼭 필요한 것을 고르라면 디카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카가 인생을 바꾸다= 박씨에게 디카는 인생의 보배나 다름없다. 디카 덕분에 여자친구와 직장을 얻었기 때문이다. 2년 전만 해도 그는 사회생활과는 담을 쌓은 ‘인터넷 폐인’이었다. ‘주침야활’(晝寢夜活·낮에 자고 밤에 활동하기), ‘면식’(면食·하루에 한 번 이상 라면 먹기) 등 ‘롱렉쑤’(박씨의 ID)의 엽기적인 생활 방식은 디시인사이드 ‘폐인 동호회’에 전설처럼 전해진다. 하지만 작년 7월 취직을 결심하자 직장을 구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디카 마니아인 그를 눈여겨본 온라인 인화업체 OK포토에서 그를 스카우트한 것. 이후 회사가 후원한 동호인 사진촬영대회에서 ‘나레이터 모델’로 나온 지금의 애인과 눈이 맞았다.

홍씨는 지난해 여름 디카 때문에 3년 이상 교제해온 애인과 헤어졌다. 디카에 빠져 애인을 팽개치고 사진촬영대회와 동호회 모임을 쫓아다닌 것이 화근이었다. 실연에 상심한 홍씨는 다시는 카메라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생각에 애지중지하던 디카마저 팔아치웠다. 하지만 올 1월 본체만 200만원이 넘는 디카를 사면서 이 같은 다짐을 깼다. 가끔은 떠나간 애인을 떠올린다. “곁에 있다면 더 멋진 사진을 선물할 수 있을 텐데….”

▽‘업글병’은 계속된다= 성능 좋은 카메라가 나오면 반드시 써봐야 성이 풀리는 게 디카 마니아들의 공통점. 홍씨와 박씨도 이 같은 ‘업글병’(업그레이드 병) 때문에 숱하게 많은 디카를 갈아치웠다.

필름카메라 마니아였던 홍씨는 2000년 디카를 처음 산 이후 지금까지 10여종 이상을 만져봤다. 200만 화소대 제품(후지 F40i)에서 처음 시작한 ‘보물 1호’가 500만 화소대 제품(소니 F707)을 거쳐 마니아들의 선망의 대상인 일안렌즈반사식(SLR) 디카(후지 S2프로)에 이르렀다. 지금도 간단한 스냅사진 촬영에 애용하는 보조 디카가 2대나 된다.

박씨는 디카에 입문한 지 2년여밖에 안 됐지만 갈아치운 디카가 벌써 10여종이나 된다. 첫 카메라였던 130만 화소 제품은 제대 후 첫 월급을 받아 거금 50만원을 주고 샀다. 이후 코닥, 캐논, 니콘, 올림푸스, 후지필름 등 각종 메이커의 제품을 섭렵하다 최근 소니의 500만 화소 제품 ‘F717’을 구입했다. 요즘에는 디지털SLR 제품으로 바꿔볼까 다시 고민 중이다. 그는 “쓰던 제품을 중고시장에 팔고 중고 제품을 다시 사는 일이 잦다 보니 중고품 감별 전문가가 됐다”고 말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홍과 박의 '디카노하우'▼

(왼쪽두개)홍민기씨의 '기다림'. (오른쪽)박경필씨의 '폐기처분'

어떤 디지털카메라를 사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올 들어 성능 좋은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자신에게 적합한 제품을 고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카메라를 고르는 요령과 사진 촬영 노하우를 디지털카메라 마니아인 홍민기씨와 박경필씨로부터 들었다.

▽제품 고르기=예산과 용도가 정해지면 제품 고르기가 한결 쉬워진다.

예컨대 풍경 촬영을 많이 한다면 광각기능이 좋고 색상표현이 자연스러운 제품이, 장시간 외부에서 써야 한다면 배터리가 오래 가는 제품이 좋다. 실내에서 어린 아이 사진을 주로 찍으려면 밝은 렌즈를 쓴 제품이 좋다. 가정에서 기념촬영용으로 쓰려면 300만 화소급 정도의 제품이 알맞다. 사진촬영의 묘미를 즐기려면 수동기능을 갖춘 400만 화소급 제품이 권장된다.

▽촬영 노하우=인물사진에는 배경을 흐릿하게 찍는 아웃포커싱이 애용된다. 보급형 카메라는 조리개를 최대로 열고 줌을 최대로 당기면 그런대로 효과를 낼 수 있다. 접사모드로 찍어도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조리개를 최대로 조이면 크로스필터 없이도 불빛이 십자가 모양으로 퍼지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렌즈는 UV필터를 끼워두면 흠집이 생기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화이트밸런스 조정 기능을 잘 활용하면 주변 조명에 관계 없이 색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해도 컴퓨터 작업을 통해 보정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둔다.

▽나만의 작품 촬영=홍민기씨는 1년간의 시차를 두고 찍은 두 장의 사진을 대비시켜 ‘기다림’이라는 작품을 완성했다. 서울 강남역 같은 장소에서 작년과 올해 찍은 사진으로 왼쪽은 소니 F707로, 오른쪽은 후지필름 S2프로로 찍었다. 박경필씨는 작년 10월 서울 뚝섬유원지로 밤풍경 촬영을 나갔다가 ‘폐기처분’이라는 작품을 찍었다. 길가에 버려진 스쿠터를 촬영한 뒤 강렬한 느낌을 주기 위해 붉은색으로 리터칭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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