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험수위에 오른 경상수지 적자

  • 입력 2003년 4월 29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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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급강하하는 조짐이 확연해지고 있다. 3월 경상수지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 적자를 기록했고 생산 투자 도소매판매 등 각종 산업활동 지표도 일제히 나빠졌다. 특히 4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경상수지 적자 행진은 간단히 보아 넘길 문제가 아니다. 한국과 같은 신흥국가에서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면 경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간주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가신용등급 상승의 원동력은 대규모 흑자 행진이었다.

한국은행은 경상수지 적자가 커진 데 대해 이라크전에 따른 유가 상승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4월까지 적자를 낸 뒤 5월부터는 다시 흑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하지만 한은의 낙관론을 그대로 믿기에는 경제가 너무 불안정하다. 3월 적자 11억9000만달러 중 유가 상승에 따른 부분은 7억달러 정도였다. 이라크전이 아니었더라도 5억달러 가까운 적자를 냈을 것이란 뜻이다. 반도체 값이 떨어지는 등 흑자기조에 문제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국내 산업활동은 악화 조짐이 더욱 뚜렷하다.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도소매판매는 2월에 9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서더니 3월에는 감소 폭이 더욱 커졌다. 국내 소비가 얼마나 위축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생산도 지지부진한 가운데 재고는 쌓여가고 있다.

외부 환경은 여전히 나쁘다. 이라크전이 끝나면서 유가는 떨어졌지만 미국 유럽 일본의 경제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일하게 수출이 증가세를 보여 온 중국시장마저 사스의 충격으로 성장률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실정이다.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두 가지 외생 변수인 사스와 북핵 문제는 여전히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이다.

국내외 상황이 모두 나쁠 때는 특히 경상수지 흑자가 중요하다. 경제가 외부충격에 내성을 갖기 위해서도 흑자를 내야 한다. 정부 경제정책의 초점은 당분간 경상수지를 흑자 내지 균형으로 유지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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