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위기감 고조…법정관리-부도업체 잇따라

  • 입력 2003년 4월 21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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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각광을 받았던 국내 통신산업이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중견 장비업체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서비스 사업자 중 후발업체들이 잇따라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통신산업 전반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3월과 4월은 잔인한 달=KT와 하나로통신에 이어 국내 초고속 통신망 3위 업체인 두루넷이 지난달 4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달 24일에는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체로 지난해 매출액이 2286억원에 이르는 스탠더드텔레콤이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심화로 수출물량이 줄고 수출단가가 급락하면서 최종 부도 처리됐다.

11일에는 국내 3위의 국제·시외전화 사업자로 지난해 3600억원이나 매출을 올리면서 적자폭을 74억원까지 줄였던 온세통신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에 앞서 1일에는 네트워크통합(NI) 업체로 지난해 94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코리아링크가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고조되고 있는 위기감=문제는 겉으로 드러난 ‘부실’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침체가 계속되면서 업계에서는 “○○회사가 부도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가 팔린다더라” 식의 흉흉한 소문이 퍼지고 있다.

이와 함께 통신업계의 구조조정도 본격화되고 있다. 비슷한 업종의 회사를 합쳐 한 회사로 만들거나 인원 감축 및 사업 축소에 들어간 회사가 부지기수다.

▽한국 통신시장이 어려워진 이유는=2000년 인터넷 거품이 꺼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통신업계에 불황이 닥쳤으나 국내 통신 산업은 상대적으로 ‘안전지대’에 속했다.

이는 국내 통신시장 전체가 계속 확장추세였고 이에 따라 투자가 계속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초고속 인터넷 등 일부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경기 침체 여파로 기업 고객들의 정보기술(IT) 인프라 투자마저 축소되면서 그 여파가 통신시장 전체로 번지고 있는 것.

또 올해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비동기식 3세대 이동통신(W-CDMA) 서비스가 SK텔레콤과 KTF의 투자축소 결정으로 지연되고 KT마저 민영화 이후 공격적인 투자를 기피하면서 통신시장에서는 수요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통신장비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장비 시장의 경우 현재 시장 규모가 ‘좋았던 시절’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는데 시장 참여자는 여전히 많은 편”이라며 “정부는 통신산업 구조조정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인수합병(M&A) 등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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