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종금 재수사 잰걸음]석연찮은 자금흐름

  • 입력 2003년 4월 15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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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종금으로부터 돈을 받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핵심측근 2명의 자택 등에 대한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으로 나라종금 로비의혹 재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다.

안희정(安熙正)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과 염동연(廉東淵) 민주당 인사위원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것은 물증이나 추궁자료 확보를 위해 거쳐야 할 필연적인 수순.

김호준(金浩準) 전 보성그룹 회장이 안 부소장과 염 위원에게 2억원과 50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상황에서 로비 여부를 가릴 자료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했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또 수사과정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검찰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측면도 있다. ‘봐주기’ 수사 논란을 빚은 지난해 1차 수사 결과로 인해 검찰은 이미 한 차례 이미지 손상을 입었다.

따라서 검찰은 대가 없이 여행경비나 투자자금으로 돈을 받았다는 이들의 주장을 철저하게 검증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반드시 내놓아야 할 막다른 상황에 처한 셈이다.

이번에도 검찰이 당사자들의 말만 믿고 설렁설렁 수사를 할 경우 검찰의 위상은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실추될 수도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검찰이 압수수색 실시 전에 관련자 진술을 통해 추가적인 범죄 단서를 확보한 것 같다고 말한다. 특히 염 위원의 경우 나라종금에서 5000만원을 받은 사실 이외에 추가로 금품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것.

한 수사 관계자는 “염 위원이 ‘수표 5000만원을 여행용 경비로 받았다’고 말하고 있지만 받은 돈의 규모는 물론이고 현금과 수표 중 어느 쪽으로 받았는지도 아직 유동적이다”고 말했다. 무언가 석연찮은 자금의 흐름 등 정황을 포착했다는 말이다.

이번 압수수색에서 나라종금 로비의 단서가 확보될 경우 이번 수사는 급진전될 가능성이 크다. 또 계좌추적 등에서 나라종금 로비와 직접 관련이 없는 개인 비리나 검찰이 감당하기 어려운 예민한 사안이 돌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검의 고위관계자는 “수사는 살아서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고 말했다. 검찰이 노 대통령 측근 2명의 비리 의혹을 파고들어가면 김 전 회장이 관리한 비자금과 개인자금의 사용처와 관련된 광범위한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도 급진전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

검찰은 안, 염씨에 대한 본격적인 계좌추적을 16일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는 계좌추적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내주 후반에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는 이번 사건 수사의 끝이 아니라 전방위 로비 의혹 수사의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어 주목된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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