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분석]주가, 수출보다 소비에 좌우된다

  • 입력 2003년 4월 15일 17시 47분


코멘트

“삼성전자 수출이 잘 돼야 수원의 갈비집도 돈을 벌고 주가도 올라간다.”

지금까지의 상식이다.

“아니다. 백화점이 붐비고 자동차도 잘 팔려야 증시에 봄이 온다.”

요즘 분위기를 뒤집어 하는 얘기다.

어느 쪽이 맞을까.

삼성증권의 조사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종합주가지수 움직임은 수출 증감률보다는 민간소비의 변동과 더 관련이 깊었다. 1998년 이후 월간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주가의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변동률과 도소매 판매 증감률 사이의 상관계수는 0.87로 주가 변화와 수출 변동의 상관계수 0.55보다 높게 나온 것.

회계분석 결과도 마찬가지로 주가는 수출보다 소비의 변동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수출 vs 소비〓이에 대해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수출은 변동폭이 줄어든 반면 민간소비를 비롯한 내수 부문의 변동폭은 3.6배 증가한 점을 반영한다”고 풀이했다. 경제정책이 부양과 긴축을 오락가락하면서 부동산 및 신용 거품을 부풀리고 터뜨린 것이 내수 경기의 극적인 변동을 낳고 이것이 증시에 강력한 시그널을 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결론을 유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외환위기 이후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소비에 비해 훨씬 높아졌다는 것이 주된 근거다.

대우증권 이효근 연구위원에 따르면 1997∼98년 국내총생산(GDP)의 53%였던 소비 비중이 2002∼2003년 52%로 줄어든 반면 수출 비중은 34%에서 47%로 늘었다. 또한 상장 기업의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은 전체 기업에 비해 높다. 이 연구위원은 “차입소비 급증에 따른 내수 경기의 극심한 변동이 앞으로도 재연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피데스투자자문 김한진 상무는 “투자심리가 체감경기에 영향을 받고 체감 경기는 수출경기보다 고용 유발 효과가 큰 내수경기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길게 보면 수출경기→내수경기→주가 변동의 관계가 뚜렷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소비경기 동향과 증시 전망〓이런 원칙적인 쟁점에 대한 논란과 관계없이 지금 증시 투자가들의 관심사는 수출 부진보다는 체감경기 급랭이다.

증권가에서는 민간소비의 저점을 대체로 3·4분기(7∼9월) 초로 잡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평가지수가 사상 최저로 나오고 소비자기대지수가 26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낸 것으로 보아 내수 경기가 바닥권을 지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달리 말하면 카드채 부실화 우려에 따른 자금시장 불안이 가라앉고 가계 및 카드 대출 연체율이 떨어져 소비심리가 회복되려면 2, 3개월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금 증시에는 소비와 수출 이외에 북한 핵문제라는 큰 변수가 불거져 있어고 주가는 단기적인 외국인 매매동향에 따라서도 출렁이기 때문에 ‘민간소비 저점=경기저점’인지는 몰라도 ‘소비 저점=주가 저점’으로 단언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