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휴대전화 신품 둔갑시켜 밀수출

  • 입력 2003년 4월 11일 15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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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휴대전화의 외장과 액정(LCD)화면만을 바꾼 뒤 삼성, LG전자에서 생산된 새 휴대전화라고 속여 중국과 러시아 방글라데시 등에 밀수출해온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특히 이들이 수출한 제품을 정품으로 알고 구입한 해외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고 한국산 휴대전화 전체의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돼 수출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어 해당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11일 이동통신업체가 '보상 판매'로 수거한 중고 휴대전화를 사들여 개조한 뒤 삼성, lG전자 제품으로 포장해 수출한 P사 대표 이모씨(46)와 J사 대표 김모씨(35) 등 2명을 상표법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오모씨(32)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전자대리점 애프터서비스 센터에서 휴대전화 성능검사 프로그램과 회로도를 빼돌려 이들의 범행을 도운 김모씨(34) 등 2명과 삼성, LG전자 휴대전화 포장을 인쇄, 제작한 원모씨(38)등 8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달아난 정모씨(41)를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2001년 2월부터 이동통신업체 S사가 보상판매로 수거한 단종된 중고 휴대전화를 대당 1만원에 사들여 중국에서 제작한 새 휴대전화 케이스로 교체하고 삼성, LG전자의 포장에 담아 중국 방글라데시 러시아 등에 6만1000여대(24억원 상당)를 수출한 혐의다.

애프터서비스센터 전 직원인 김씨 등은 퇴직하면서 빼돌린 휴대전화 성능검사 프로그램과 휴대전화 회로도를 이용, 불법개조한 휴대전화의 액정화면에 삼성과 LG로고가 나타나도록 만들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외업자들은 이들로부터 넘겨받은 휴대전화에 자국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삼성과 LG전자 정품인 것처럼 속여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중고 휴대전화가 해외 시장을 잠식해 수출 여건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이들 제품을 구입한 해외 소비자들이 애프터서비스를 요청하면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해당 기업이 애프터서비스를 해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휴대전화 제조, 판매업자들이 휴대전화를 회수, 재활용할 수 있도록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강화하고 휴대전화를 포함한 가전제품을 폐기물관리법상의 산업폐기물로 규정해야한다"고 말했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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