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못믿어 대출 안됩니다"…대기업 등 위험度 동반상승

  • 입력 2003년 4월 3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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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가계가 빚을 갚지 못하는 사례가 늘면서 금융기관이 가계는 물론 기업에 돈 빌려 주기를 꺼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융자에 의존해온 가계와 일부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으로 빚을 갚지 못하고 금융시장을 어렵게 만드는 ‘신용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3일 한국은행이 은행과 보험 등 42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업이나 가계의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신용위험 대출태도지수(DI)가 1·4분기(1∼3월) 17에서 2·4분기(4∼6월) 34로 커졌다.

신용위험이 커질수록 금융기관들은 대출 자체를 꺼리거나 대출 조건을 엄격히 적용한다.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대기업 신용위험 DI는 작년에 분기별로 0∼―10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지만 올 들어 1·4분기 3, 2·4분기 25로 급격히 높아졌다. 중소기업 신용위험 DI도 1·4분기 16에서 2·4분기 33으로 증가했다.

기업 신용도가 떨어진 것은 SK글로벌 사태로 대외신인도가 하락한데다 북한 핵문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외국은행 국내지점들은 2·4분기 중 대기업 신용위험 DI를 33으로 국내 금융기관보다 높게 제시했다.

이는 외국인투자자들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크게 늘면서 가계 신용위험 DI도 1·4분기 30에서 2·4분기 41로 높아졌다.

가계부문 신용위험 증가는 △가계 부채 증가 △경기회복 지연과 실업률 증가로 인한 소득감소 △부동산가격 상승세 둔화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 가능성 등에 따른 것이다.

한은은 가계부문 신용위험 원인들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많아 가계부문 신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기관의 대출태도지수는 1·4분기 ―8에서 2·4분기 ―11로 약간 감소, 신중한 대출 태도가 계속될 전망이다.

대출태도지수가 마이너스면 앞으로 ‘대출 태도를 강화한다’고 응답한 금융기관수가 ‘완화한다’고 응답한 기관수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부문별 대출 태도는 대기업 DI가 ―5에서 ―14로, 중소기업DI가 ―5에서 ―14로 엄격해졌다.

가계대출은 일반자금 DI(-14→-17)는 더 신중해졌지만 주택자금 DI(-13→-11)는 다소 완화됐다.

금융기관별로는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DI는 ―8에서 ―17로 감소했고 국내은행 DI도 ―15에서 ―18로 줄었다.

한편 금융기관들 중 56.4%가 현재의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가 너무 적다고 응답, 예금금리가 더 낮아질 전망이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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