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제'…투기억제 효과…분양가 오를 수도

  • 입력 2003년 4월 1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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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하우스 사라질까 선분양제의 특징은 소비자가 완성품이 아닌 모델하우스를 보고 구매 결정을 한다는 것. 지난달 중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청약 희망자가 몰려 모델하우스 밖까지 줄을 섰다. 이훈구기자
모델하우스 사라질까 선분양제의 특징은 소비자가 완성품이 아닌 모델하우스를 보고 구매 결정을 한다는 것. 지난달 중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청약 희망자가 몰려 모델하우스 밖까지 줄을 섰다. 이훈구기자

아파트를 다 지은 뒤 소비자에게 파는 ‘후(後)분양제’ 문제로 주택업계가 시끄럽다.

특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건설교통부 업무보고에서 후분양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를 내린 뒤 이런 모습이 뚜렷하다.

건설교통부는 노 대통령 지시가 떨어진 바로 다음날 관련 전문가를 모아 이에 대한 의견을 듣는 등 기민한 모습을 보였다. 건설회사도 실제로 후분양제가 도입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후분양제는 선(先)분양제에 비해 어떤 득실이 있을까.

▽선분양 vs 후분양〓선분양제는 미리 받은 분양대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어 건설회사의 사업안정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고가(高價)의 재산을 구입하면서 완제품을 볼 수 없다는 게 흠. 부동산 투기 등 시장 과열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후분양제 도입이 최근 힘을 얻는 이유다.

건설회사는 이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후분양을 하면 공사비를 제때 받지 못하기 때문.

일반적으로 아파트 시행사(땅 주인)는 계약자로부터 중도금을 받아 사업 단계별로 건설회사(시공사)에 공사비를 지불한다. 중도금이 걷히지 않으면 돈을 빌려 공사비를 충당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시행사 대부분이 영세해 공사비를 제때 지급하기가 어렵다는 것. 또 공사비를 모두 융자로 대체하면 그에 따른 금융비용이 추가로 생긴다.

융자 자체도 어렵다. 금융기관에 제시할 담보물이 없기 때문이다. 시행사가 갖고 있는 유일한 자산인 토지는 사업 시작 전부터 땅값 대출에 따른 담보물로 잡혀 있을 때가 많다.

▽분양가 얼마나 오르나〓분양방법이 어떻든 소비자의 최대 관심사는 분양가다.

건설회사는 후분양제가 실시되면 공급 물량이 줄어 분양가가 올라간다고 주장한다. 자금력이 부족하고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냥 짓기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 화성시에 선보일 A아파트를 보면 선분양 방식에서는 공사비가 모두 634억3400만원이다.

그러나 후분양을 하면 공사비를 대출로 충당해야 하고 이자비용 118억4300만원이 추가로 생긴다. 공사비가 당초 계획보다 18.6% 늘어나는 것.

A아파트 시행사가 당초 계획한 수익률 9.1%를 맞추기 위해서는 늘어난 공사비를 분양가에 얹어야 한다. 공사비 대출금 이자를 연면적(2만2840.424평)으로 나누면 평당 추가 비용은 51만8000원. 이를 최초 분양가(평당 455만원)에 포함시키면 최종 분양가는 평당 506만8000원이 된다. 선분양 때보다 11.3% 오른 셈이다.

A사 관계자는 “공사비 대출금 이자는 복리 연 8% 조건으로 돈을 빌렸을 때를 가정한 것”이라며 “신용이 낮은 시행사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대출금 이자는 이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양기간 중 생길 수 있는 리스크를 건설회사가 부담하는 만큼 분양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후분양제로 한꺼번에 전환되기 위해서는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급자 금융이 68조4000억원 정도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언제, 또 어떻게〓대부분의 주택 전문가는 후분양제 도입에 찬성하면서도 ‘속도 조절’을 주문한다. 선분양과 후분양이 혼합된 완충기를 거친 뒤 점진적으로 후분양을 유도하자는 것.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과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후분양제 도입 시기로 2006년 전후를 꼽고 있다. 이는 정부가 수도권 주택보급률 100%를 목표로 하는 시기.

윤주현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하는 소형 분양주택부터 후분양제를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후분양 주택에 대해서는 건설비 지원을 늘려 소비자가 부담하는 중도금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분양시기별 특징
선(先) 분양제후(後) 분양제
·공급자 중심 시장
·주택건설 촉진 효과
·건설회사의 사업안정성이 높아짐
·가격상승기에 프리미엄은 소비자 몫
·부동산 투기 조장 가능성
·완제품을 비교 선택할 수 없음
·분양대금을 미리 내는 위험을 감수
·계약 당시의 마감재가 입주시점에 유행이 지나 교체하는 사례 빈발
·수요자 중심 시장
·공급물량 감소 가능성
·건설회사의 금융비용 증가, 회사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 심화
·가격상승기에 프리미엄은 건설회사 몫
·부동산 투기 억제 효과
·분양회사의 부도로부터 소비자를 보호
·소비자와 건설회사간 분쟁 소지를 사전에 차단

분양시기에 따른 아파트 분양가 변동
선분양 후시공(현행)구분선시공 후분양
195억100만원
(땅값 152억7200만원 + 대출금 이자 28억7200만원 + 기타비용 13억5700만원)
토지비변동없음
(땅값 대출금 이자는 당초 계획에서 분양가에 반영)
634억3400만원시공사
공사비
752억7700만원
(당초 공사비 634억3400만원 + 대출금 이자 118억4300만원)
140억3400만원
(설계 감리 모델하우스 건축 및 운영비, 분양 판촉비, 각종 부담금 등)
간접
공사비
소폭 하락
(모델하우스 비용 등 절감)
970억2000만원총비용1088억6300만원
455만원평당
분양가
506만8000원
(선분양보다 11.3% 상승)

차지완기자 cha@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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