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릴린치 이원기 전무 "기업 지배구조 투명해야 해외 신뢰"

  • 입력 2003년 3월 23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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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열린 이사협회 세미나에서 강의를 맡은 메릴린치 이원기 전무(사진)는 “종합주가지수가 1,000 언덕을 넘지 못하고 매번 고꾸라지는 것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이 전무의 발표내용 요약.

1986년 당시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는 560,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1,500이었다. 지금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는 똑 같은 560대이고, 미국은 8,000대이다. 종합주가지수 1,000과 400 사이에서 파도 치는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돈을 털렸다. 작년에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은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보다 적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증시를 주도하는 외국인이 한국 시장에 대해 철저한 신뢰를 갖지 못하고 매번 결정적인 순간에 돈을 빼기 때문이다.

한국에 외환위기는 기회였다. 이를 계기로 불합리한 기업지배구조가 많이 개선될 것으로 외국인들은 믿었다. 2001년부터 분위기가 좋았다. 당시 메릴린치를 통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투자자들은 △전통산업과 신산업 △벤처기업과 대기업 △내수와 수출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모든 분야에서 한국처럼 균형을 갖춘 나라는 찾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기업의 돈이 오너의 독단에 의해 쓰이고 있다’는 의심이 다시 불거졌다. 현대상선 등의 대북 편법지원 사건이 그 시작이다. 한국기업의 불투명, 분식회계, 정경유착, 이사회기능 부재, 회계분식, 주주 무시, 선단(船團)식 경영 등이 가감없이 노출됐다.

대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상당액의 성과급을 지급할 때도 큰 금액이 아니었지만 외국인들은 “왜 수익을 주주들에게 안 주고 직원들이 나눠 갖느냐”고 묻곤 했다. ‘경영권 세습을 위한 정지(整地)작업용’이라며 실눈을 떴다.

설상가상으로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포스코의 최고경영자(CEO)가 하루아침에 바뀌고,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건까지 터졌다.

한국 대기업에 ‘오너’는 많지 않다. 5%의 지분으로 오너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설립자(Founder)’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이사회’도 있다.

설립자는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한국 기업들의 이사들은 ‘목을 내놓겠다’는 각오로 설립자를 견제해야한다.하고 주주들의 이익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 외국인들의 시각도 바뀌고 주가도 오른다.

대전〓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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