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속 광고…제휴업체 로고-제품 살짝등장 두회사 '윈-윈'

  • 입력 2003년 3월 17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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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이동결제 서비스인 ‘모네타’의 CF에서 제휴사인 현대백화점과 이마트의 회사 로고를 배경에 등장시키는 ‘PPL(간접 광고)’ 전략을 쓰고 있다. 사진제공 SK텔레콤
SK텔레콤의 이동결제 서비스인 ‘모네타’의 CF에서 제휴사인 현대백화점과 이마트의 회사 로고를 배경에 등장시키는 ‘PPL(간접 광고)’ 전략을 쓰고 있다. 사진제공 SK텔레콤

‘광고 속의 광고.’

다른 기업 제품을 노출시켜 간접 홍보 효과를 노리는 광고들이 늘고 있다. 이 같은 ‘PPL(Product Placement·간접 광고)’ 기법은 과거 영화나 TV 프로그램에서 많이 활용됐으나 최근 들어 광고로 그 영역을 빠르게 넓혀나가고 있다. PPL 광고가 늘고 있는 것은 기업간 마케팅 제휴가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 기업들은 광고에 제휴 업체의 로고나 제품을 살짝 노출시킴으로써 두 회사 제품의 이미지를 모두 높이는 ‘윈-윈’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살짝 노출’로 큰 효과〓SK텔레콤의 이동결제 서비스인 ‘모네타’ CF를 보면 모델 한석규가 쇼핑을 끝낸 후 휴대전화를 꺼내 간단히 결제를 끝마치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이때 한석규 뒤에 보이는 현대백화점 간판. CF 배경으로 촬영 장소명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나오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현대백화점 광고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 광고에서 현대백화점이 부각된 것은 모네타 전용단말기를 갖춘 제휴사이기 때문. 현재 서울에 모네타 단말기를 설치한 업소는 4만여 곳에 이른다. 현대백화점 외에 CF 배경으로 등장하는 이마트, TGI프라이데이 등은 모두 모네타 제휴사들로 광고 속에서 회사 로고가 선명하게 등장한다. 이 광고를 기획한 TBWA코리아의 정종민 차장은 “소비자들에게 지금 당장 모네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광고 속에 구체적으로 제휴사 이름을 밝히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KTF의 이동결제 서비스인 ‘K머스’ CF에서는 영화관에 간 모델 안성기와 한은정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간단히 표를 산다. 모델들 뒤로 영화배우 송강호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가 비춰진다. 이 포스터는 5월 개봉하는 송강호 주연의 영화 ‘살인의 추억’을 홍보하기 위한 것. KTF와 영화사 싸이더스가 계약을 하고 촬영한 이 광고에서 KTF는 제작이 한창 진행중인 새 영화를 발빠르게 배경으로 사용하고, 영화사는 CF를 통해 영화를 사전 홍보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무료 협찬 효과 톡톡’〓공식적인 제휴 관계는 아니더라도 무료 소품 협찬을 통해 PPL효과를 노리는 광고들이 있다. 눈에 잘 띄는 보석이나 자동차가 주요 협찬 제품이다. 협찬을 해주는 쪽은 자사 제품을 널리 알릴 수 있고, 협찬을 받는 쪽은 광고제작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두산 ‘위브’ 아파트 CF에서 이미연이 착용하는 목걸이는 이탈리아 불가리 제품이며 검정 드레스는 비비안웨스트우드 작품이다. 지난해 KTF 여성전용 서비스 ‘드라마’ 오피스 편에서 이영애가 입었던 드레스와 보석은 모두 까르띠에가 협찬했다. 현대카드 ‘누려라’ 편에서 모델 정준호와 장진영은 현대자동차가 제공한 빨간 스포츠카 투스카니를 타고 해안도로를 질주한다.

PPL 광고기법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적지 않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영화와 TV에 이어 광고에까지 PPL 기법이 본격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간접광고에 노출되는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간접광고는 오히려 본래 광고하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분산시키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돌출…작지만 소비자 머리에 오래남아 ▼


광고의 최대 목표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소비자들의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광고주)들은 30초보다는 1분 길이의 광고를, 작은 단신광고보다는 신문 한 면을 가득 채운 광고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발상의 전환으로 ‘큰’ 광고보다 ‘꾸준한’ 광고를 고집하는 기업들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기업이미지 광고인 ‘또 하나의 가족’ 편은 1997년부터 시작돼 벌써 22편이 제작됐다. 클레이메이션(찰흙을 이용한 동영상) 기법을 이용해 만든 이 광고는 보람이네 가족과 강아지가 주인공으로 등장, 7년째 계속되고 있다.

최근 제작사인 제일기획은 세계적인 클레이메이션 제작자 윌 빈튼을 영입해 올해 여름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계획이다.

대한생명은 73년 11월부터 지금까지 동아일보 1면 제호 오른쪽 옆에 일명 ‘돌출광고’를 30년째 싣고 있다. 가로, 세로 8㎝를 넘지 않는 작은 크기이지만 수십년 간 계속된 덕분에 회사 인지도를 높이는데 한 몫을 했다는 것이 회사측 분석이다.

최초의 대한생명 돌출광고는 ‘생명보험은 대한생명으로’라는 광고문구가 전부로 초보적 기업 광고였다. 구체적인 보험상품이 광고에 나타난 것은 80년대 초반부터. 대한생명의 상징이었던 서울 여의도 63빌딩(1985년 9월 완공)은 1990년에야 광고에 출현했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보험처럼 비슷한 경쟁상품이 많은 시장에 있는 기업이라면 큰 광고를 단기간 내보내는 것보다 늘 소비자 곁에 있는 꾸준한 광고가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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