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 부동산시장 영향 적을 듯…국내경기가 관건

  • 입력 2003년 3월 17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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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북한 핵문제도 특별한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점차 불안해지고 있다. 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가격이 폭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전쟁이 터지면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겠지만 염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 걸프전쟁이나 북핵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의 시세 흐름을 보면 우려하는 상황은 나타나지 않았던 것.

▽전쟁과 집값=1990년대 초 걸프전 때 집값은 오히려 큰 폭으로 올랐다. 1990년 8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이 전쟁은 이듬해 2월 미국이 개입해 이라크의 패배로 끝날 때까지 6개월간 지속됐다. 전쟁이 일어난 90년 8월 전국 주택매매가격 지수(1995년 12월=100.0)는 103.4. 전쟁이 끝난 91년 2월에는 111.3이었다. 전쟁 동안 8.9포인트가 높아진 셈이다.

반면 북핵 문제가 불거졌던 93∼94년 집값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북핵 문제는 93년 3월 12일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면서 가시화됐다. 이어 94년 6월 미국이 북한 공격을 구체적으로 검토한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전쟁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 사이 전국 주택매매가격지수는 103.5(93년 3월)에서 100.1(94년 6월)로 떨어졌다.

하지만 곧이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김일성(金日成) 전 북한 주석의 면담을 계기로 긴장은 풀어졌다. 또 94년 10월 21일 북-미간 제네바 합의가 타결되면서 북핵 문제는 일단락됐다. 당시 매매가지수는 100.3이었다. 위기가 발발한 뒤 해소 때까지 1년7개월간 집값 지수는 3.2포인트 떨어진 셈이다.

▽내부 요인에 더 큰 영향=전쟁이나 북핵이라는 외부 변수에 집값이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인 이유는 내부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주택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걸프전 발생 전후로 한국 주택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훨씬 웃도는 때였다. 90년 당시 전국 주택보급률은 72.4%에 불과했다. 폭등하는 집값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나올 정도였다. 이에 앞서 89년 4월 27일 정부가 수도권 5개 신도시를 포함한 주택 200만가구 건설계획을 발표했지만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택 매매가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91년 8월부터.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입주(91년 9월 30일)가 시작되고 공급이 늘어나면서 집값이 안정세로 돌아선 것이다.

결국 북핵 문제가 한창이던 93년과 94년에 집값이 떨어진 것도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이 가져온 성과였다.

▽이번 전쟁은 어떻게 될까=연초 하락세를 보였던 서울 집값은 최근 연 5주째 오름세를 보였다. 아직까지 주택시장에서 전쟁이나 북핵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크다.

대한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의 김용순 책임연구원은 “주택 수급이 안정됐고 정부도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의지가 강한 상태에서 전쟁은 단기적으로 경기 침체 심화와 부동산시장 침체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이번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시장 침체에 따른 가격 하락폭은 2∼3% 수준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의 김선덕 소장은 “계절적으로 봄 이사철이 끝나는 시점”이라며 “전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반면 입주물량은 꾸준히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 부동산가격의 추가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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