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보고서]제조업 重病…한국‘경쟁력 위기’ 온다

  • 입력 2003년 3월 14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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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한국 경제에 위기가 닥치면 ‘외환위기’가 아닌 제조업 경쟁력이 낮은 데 따른 ‘경쟁력 위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14일 본보가 단독 입수한 산업연구원(KIET)의 ‘한국 경제 위기 재발 가능성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의 위험 변수는 많이 줄었으나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징후가 짙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제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수출 제품의 가격경쟁력도 낮아져 수출 단가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나타내는 한 지표인 ‘무역특화지수’가 96년 0.04에서 98년 0.31까지 올랐다가 2000년과 2002년에는 각각 0.18과 0.17로 낮아졌다. 무역특화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제품 수출 경쟁력이 높다는 뜻이다.

품목별로는 무선통신이 96년 -0.11에서 2002년 0.76으로 크게 나아졌으나 반도체는 오히려 같은 기간에 0.18에서 -0.02로 떨어졌다. 또 가전과 섬유류도 0.67에서 0.57, 0.53에서 0.47 등으로 각각 낮아졌다.

또 제조업 수출 경쟁력을 나타내는 또 다른 지수인 수출단가도 2000년을 100으로 했을 때 1996년 140.6에서 2002년 83.9로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박중구(朴重球) KIET 산업동향분석실장은 “한국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외환보유액 증가 △단기외채 감소 △과거와 비교할 때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 등으로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을 다시 맞을 가능성은 적다”며 “하지만 정부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나 재무 건전성 등에 치중하면서 실물 부문 제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는 소홀히 한 것이 ‘뒷심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민성환(閔盛煥) KIET 연구위원은 “반도체 등 핵심제품을 중심으로 제조업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장기적으로 하향국면에 있다는 것은 일시적인 외환위기보다 훨씬 심각한 경고일 수 있다”며 “실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KIET측은 “이번 보고서에는 최근 SK글로벌의 분식회계에 따른 파장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금융 및 외환 변수가 아니더라도 ‘경쟁력 저하로 인한 위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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