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테스트 엔지니어 "새車 문제점 족집게 해결땐 큰 보람"

  • 입력 2003년 3월 2일 18시 56분


코멘트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의 나천희 선임연구원은 소비자 입장에서 신차를 운전해보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테스트 엔지니어’다. 경기 화성에 있는 주행 시험장에서 신차를 테스트하다가 포즈를 취한 나천희 연구원. 사진제공 현대자동차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의 나천희 선임연구원은 소비자 입장에서 신차를 운전해보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테스트 엔지니어’다. 경기 화성에 있는 주행 시험장에서 신차를 테스트하다가 포즈를 취한 나천희 연구원. 사진제공 현대자동차
“일반인은 구경도 못해본 차로 미국 네바다주 ‘죽음의 계곡’을 달립니다.”

현대·기아자동차 연구개발본부 차량시험2팀 나천희(羅天熙·38) 선임연구원은 새로운 차종을 직접 타보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문제점을 해결하는 ‘테스트 엔지니어’다. 자동차 개발에서는 최종 단계이지만 신차의 운전자로는 첫 번째.

나 연구원은 1990년 현대차에 입사한 14년차. 테스트 엔지니어는 차를 운전하면서 오감과 계측기를 이용해 문제점을 찾아내 개선한다는 점에서 내구성 실험이 주목적인 ‘테스트 드라이버’와는 구별된다.

근무처는 동양 최대이자 국내에서 유일한 경기 화성시의 ‘현대·기아차 남양 주행시험장’. 입사 초기 울산에서 같은 일을 하다가 95년 화성 주행시험장이 완공된 뒤 부서 자체가 옮겨왔다. 그는 한바퀴 4.5㎞인 트랙을 하루 평균 3시간씩 주행하면서 신차의 문제점을 잡아내 보고서를 써내야 한다.

매년 여름이면 더운 지방에서 신차의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호주, 미국 네바다주, 스페인 등으로 출장을 간다. 겨울에는 혹한지를 찾아 미국 미네소타주, 스웨덴 등에서 ‘콜드 테스트’를 한다. 최근에는 현대차가 중국에서 조립생산하는 쏘나타 승용차 테스트를 위해 현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차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워낙 높다보니 피치 못할 어려움도 많다. 차창을 뺀 나머지 부분을 ‘위장 마스크’를 덮어 씌운 신차를 타고 거리에 나가면 신호가 걸릴 때마다 옆 차 운전자들이 차창을 내리고 질문을 쏟아낸다. “어느 회사 차냐.” “언제 시장에 나오고 배기량은 얼마냐” 등등

“요즘은 디지털카메라를 가진 자동차 마니아가 많아서 ‘몰래 카메라’를 조심해야 합니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는 일반인의 눈이 두려워 휴게실에 차를 못 세우기 때문에 화장실 가는 걸 참거나 빵으로 식사를 때우기도 합니다.”

‘EF쏘나타’‘뉴EF쏘나타’‘아반떼 XD’‘트라제 XG’ 등이 그의 손을 거쳐 히트했다. 특히 EF쏘나타 운전대를 처음 잡았을 때에는 “야! 이건 되겠다”는 느낌이 왔다고.

개발된 신차와 미국 독일 일본 차량의 성능차이를 실험하기 위해 주행시험장에서 외국의 명차를 골라 타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는 “젊은 세대는 어려서부터 차와 친숙한데다 훨씬 많은 정보를 접해 전문가 수준을 뛰어넘는 지식을 갖춘 사람이 많다”면서 “차를 좋아하고 운전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그가 차와 인연을 맺은 것은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재학시절. 전공분야일 뿐 아니라 운전하는 것이 좋아 아버지 차를 훔쳐 타기도 하고 당시만 해도 드물던 국내외 자동차 잡지를 사들였다. 군생활도 ROTC 장교로 강원도에서 수송 소대장으로 복무했고 아내도 현대차 신입사원 교육에서 만난 자동차 디자이너 출신이다.

“이제 차는 성능의 시대를 넘어 감성의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미세한 느낌의 차이를 잡아낼 수 있는 섬세함과 미적인 감각을 갖춘 사람들이 자동차 개발에 적극 참여해야 할 때입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자동차 튜닝전문가 서승범씨 ▼

“자동차 튜닝(Tuning) 전문가라면 자동차 한 대 정도는 마음대로 분해, 조립할 수 있어야지요.”

자동차 리디자인(Re-design) 전문업체 ‘컨셉토’의 서승범(徐承範·30·사진)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자동차 튜닝전문가이다.

자동차 튜닝이란 완성차 회사들이 양산한 기존 차량의 디자인 및 성능을 자동차 소유자의 요구에 맞게 바꾸는 작업이다. 서사장은 특히 차량 디자인을 바꾸는 드레스업(Dress-up) 튜닝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서 사장의 관심은 건국대 산업디자인학과를 다니던 시절부터 시작됐다. 학창시절 이미 국내 각종 자동차디자인공모전에서 대상, 은상 등을 수상했던 그는 현대차 디자인실에 입사한 뒤 다시 미국의 디자인학교로 유학을 다녀왔다.

2001년 11월 컨셉토를 세운 뒤 지금까지 S1(현대차 투스카니 튜닝), D1(아반떼XD 튜닝), D1 GT(아반떼XD 해치백 튜닝) 등을 만들었다.

그는 “자동차 튜닝전문가가 되기 위한 자격증은 따로 없다”며 “하지만 자동차의 메커니즘, 건축 등 미학과 관련된 다양한 지식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무엇보다 자신의 디자인튜닝에 대해 소비자들이 200만∼300만원의 돈을 지불하도록 할 만큼 고부가가치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튜닝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기존에 만들어진 차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디자인방향, 소재 및 공법, 그리고 국내 자동차관련 법규 등의 제약이 많다는 것이다.

서사장은 국내 튜닝업체로서는 처음으로 RTM(Resin Transfer Molding) 기법을 이용해 튜닝 차체의 강도와 유연성을 높였고, 튜닝디자인과 차량 성능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사내 기술연구팀도 두고 있다.

최근 르노삼성차 SM5의 튜닝 모델을 준비중인 서사장은 “국내 자동차 튜닝시장의 규모는 현재 연간 7000억원 이상으로 튜닝전문가는 앞으로 자동차 애프터마켓(차량 판매 이후 형성되는 정비, 금융 등 자동차관련 시장)의 주요 전문인력으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테스트 엔지니어 되려면…▼

현재 한국에서 테스트 엔지니어로 활동하고 있는 인력은 400여명 정도. 모두 현대·기아차, GM대우차, 르노삼성차, 쌍용자동차 등 자동차 업체에 소속돼 있다. 현대차는 남양 주행시험장에 80여명 등 3개팀을 운영한다.

대부분의 테스트 엔지니어는 대학에서 기계공학 기계설계 등 자동차 관련 전공을 한 뒤 공채를 거쳐 입사한 정규 직원들이다. 최근에는 자동차의 전기, 전자부문이 커지면서 전자공학 전공자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 차를 운전해야 하는 일이 많아 일정수준 이상의 어학능력이 필요하다. 운전경력이 길수록 좋지만 테스트 엔지니어로 배치되면 별도의 전문 운전교습을 받는다.

테스트 엔지니어와 달리 주행시험장에서 신차 내구성 실험 등에 주로 참여하는 ‘테스트 드라이버’는 고졸 사원이 많다. 이들은 공고 등을 졸업하고 입사한 사람 중에서 내부 선발된다. 자동차 정비기사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유리하다.

튜닝 전문가가 되는 길은 여러 갈래다. 차량 디자인을 바꾸는 ‘드레스업 튜닝’을 배우려면 대학에서 산업디자인 등을 전공하는 것이 유리하다. 각 대학 산업디자인학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자동차디자인 스터디 그룹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

자동차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파워업 튜닝’은 전문대 자동차 관련학과나 기계공학과에서 자동차 메커니즘을 공부해야 한다. 튜닝 전문 정비소에 무작정 들어가서는 체계적인 공부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