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당분간 손길승회장 '원톱 체제'

  • 입력 2003년 2월 21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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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崔泰源) SK㈜ 회장이 구속될 경우 SK그룹의 경영체제는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 기업 인수합병과 신사업 진출 등을 주도한 최 회장의 공백으로 공격경영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전문경영인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전경련 회장 취임을 계기로 그룹 일에서 점차 물러날 것으로 보였던 손길승(孫吉丞) 회장의 역할과 권한이 다시 커질 전망이다.

그동안 SK그룹 내에선 ‘내치(內治)’는 최 회장, 대외적인 일은 손 회장이 맡는 것으로 역할 분담이 돼 왔다. 그러나 최 회장의 영역이 점차 넓혀져 왔으며 특히 손 회장이 전경련회장에 취임하면서 최 회장으로의 경영권 이양 가속화가 점쳐졌다. 그러나 최 회장의 구속으로 이 같은 구도는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당분간 손 회장을 축으로 황두열(黃斗烈) SK㈜ 부회장 등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원로경영인들의 경영 참여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규사업 확장 등 공격경영 기세도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SK측은 “각 계열사가 중심이 돼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사업 방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다양한 미래수익모델(To-Be모델)을 실험하며 확장경영을 주도해 온 최 회장의 역할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 최근 몇 년간 다른 그룹들이 신중 투자를 한 데 반해 SK는 공격적 경영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대주주의 지배구조, 나아가 후계구도가 바뀔 것인지도 관심사. 현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최 회장 일가는 최재원(崔再源·40) SK텔레콤 부사장, 최창원(崔昌源·39) SK글로벌 부사장 정도. 최재원 부사장은 최 회장의 친동생이며 최창원 부사장은 사촌동생(SK그룹 창업자인 고 최종건·崔鍾建 회장의 3남)이다. 최종현(崔鍾賢) 회장 사후 열린 가족회의에서 경영권과 지분을 최태원 회장에게 밀어주기로 합의해 현재로선 이들이 갖고 있는 계열사 지분은 거의 없다. 따라서 최 회장이 사법처리된다 해도 최 회장 스스로 지분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지배구조에 변화가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최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되면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지배구조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룹경영에서 최재원·창원 부사장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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