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전문경영인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전경련 회장 취임을 계기로 그룹 일에서 점차 물러날 것으로 보였던 손길승(孫吉丞) 회장의 역할과 권한이 다시 커질 전망이다.
그동안 SK그룹 내에선 ‘내치(內治)’는 최 회장, 대외적인 일은 손 회장이 맡는 것으로 역할 분담이 돼 왔다. 그러나 최 회장의 영역이 점차 넓혀져 왔으며 특히 손 회장이 전경련회장에 취임하면서 최 회장으로의 경영권 이양 가속화가 점쳐졌다. 그러나 최 회장의 구속으로 이 같은 구도는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당분간 손 회장을 축으로 황두열(黃斗烈) SK㈜ 부회장 등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원로경영인들의 경영 참여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규사업 확장 등 공격경영 기세도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SK측은 “각 계열사가 중심이 돼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사업 방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다양한 미래수익모델(To-Be모델)을 실험하며 확장경영을 주도해 온 최 회장의 역할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 최근 몇 년간 다른 그룹들이 신중 투자를 한 데 반해 SK는 공격적 경영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대주주의 지배구조, 나아가 후계구도가 바뀔 것인지도 관심사. 현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최 회장 일가는 최재원(崔再源·40) SK텔레콤 부사장, 최창원(崔昌源·39) SK글로벌 부사장 정도. 최재원 부사장은 최 회장의 친동생이며 최창원 부사장은 사촌동생(SK그룹 창업자인 고 최종건·崔鍾建 회장의 3남)이다. 최종현(崔鍾賢) 회장 사후 열린 가족회의에서 경영권과 지분을 최태원 회장에게 밀어주기로 합의해 현재로선 이들이 갖고 있는 계열사 지분은 거의 없다. 따라서 최 회장이 사법처리된다 해도 최 회장 스스로 지분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지배구조에 변화가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최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되면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지배구조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룹경영에서 최재원·창원 부사장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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