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기업 성공스토리]<3>하나로드림

  • 입력 2003년 2월 9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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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넷과 드림엑스가 합병된 하나로드림의 팀웍은 여느 회사 못지 않게 탄탄하다. 합병 이후 100일 동안 하루가 멀다하고 밤을 새며 새로운 포털사이트를 열기 위한 노력한 것이 직원들을 하나로 엮었다. 사진제공 하나로드림
하나넷과 드림엑스가 합병된 하나로드림의 팀웍은 여느 회사 못지 않게 탄탄하다. 합병 이후 100일 동안 하루가 멀다하고 밤을 새며 새로운 포털사이트를 열기 위한 노력한 것이 직원들을 하나로 엮었다. 사진제공 하나로드림
“초고속통신사업자의 포털사이트가 무슨 경쟁력이 있어. 고속도로만 믿고 사업하는 휴게소나 마찬가지 아냐.”

2002년 4월. 초고속통신사업자 하나로통신의 포털사업부 ‘하나넷’과 또 다른 초고속통신사업자 드림라인에서 분사한 포털사이트 ‘드림엑스닷넷’이 합병을 선언하자 일부에서 흘러나온 비난이었다.

“사이버 세상의 모든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고객의 ‘꿈(드림)’을 이루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히고 ‘하나로드림’이라는 간판을 내걸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회원 수 500만명의 하나넷은 2000년 100억원의 적자를 냈다. 회원 수 850만명의 드림엑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덩치만 키워서는 될 일이 아니었다.

“100일 내에 하나가 된다면 승산이 있다.”

하나로드림 안병균(安秉均·44) 사장(당시 상무)은 새로운 조직을 만들기 위한 ‘100일 작전’에 들어갔다. 조직원들이 변화를 당연시하는 합병 이후 100일 동안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판단했다.

일부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100여일 뒤인 2002년 7월 새로 태어난 하나로드림의 포털사이트 ‘하나포스닷컴’(www.hanfos.com)이 문을 열었다. 합병 첫해인 2002년 434억원의 매출을 내고 13억원의 영업 이익을 올렸다. 천덕꾸러기 닷컴 기업이 1500만명의 회원을 가진 ‘백조’로 거듭났다는 조심스러운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브로드밴드 포털’로 승부〓하나포스닷컴의 성공 비결은 네트워크 인프라에 있다. 초고속통신사업자의 관계사라는 장점을 활용해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대폭 강화했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필살기(킬러 애플리케이션)’를 가지게 된 것.

충성도 높은 마니아 고객이 늘어나면서 유료 정액제 서비스의 기반이 다져졌다. 하나로통신 가입자에 부과되는 통신요금에 콘텐츠 사용요금을 포함시키는 방법으로 까다로운 결제 문제도 해결했다.

▽허리띠를 졸라매라〓수익 모델을 만드는 작업과 함께 강도 높은 ‘군살빼기’를 추진했다. 합병 전 하나넷이 매월 지출한 아웃소싱 비용은 2억원 정도. 합병 이후 아웃소싱 비용을 7000만원으로 낮췄다.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도 최대한 활용했다. 메일 시스템은 용량이 크고 안정적인 하나넷 시스템으로 통일했다. 매년 4300억원의 로열티를 미국 업체에 내야 했던 하나넷 빌링시스템은 드림엑스가 자체 개발한 시스템으로 바꿔 비용을 줄였다. 미래 가치만 믿고 방만한 사업을 벌이던 닷컴 기업의 묵은 때가 쏙 빠진 것.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하나포스닷컴은 ‘브로드밴드 포털사이트’ 선두 업체라는 이미지를 굳히는 한편, 새로운 수익 모델 개발에 나섰다. 고품질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영화 전문업체와 손을 잡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또 무선인터넷 시대를 맞아 PDA, 태블릿PC 등을 위한 무선인터넷 콘텐츠 사업도 강화할 예정. 이동통신사업자가 좌지우지하는 모바일 인터넷 콘텐츠 사업은 과감히 포기했다.

홈 오토메이션 시대를 대비해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TV 등에 제공하는 동영상 멀티미디어서비스사업은 미래를 위한 포석이다. 올 상반기 내에 고객을 위해 전용 접속 프로그램, 검색서비스, 웹보드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 이 전략이 성공을 거둔다면 하나포스닷컴은 올해 매출 486억원, 순이익 43억원을 내고 포털업계 3위로 올라선다.

▼하나로드림 연혁 ▼

2002년 4월:하나로드림 출범

(가입자 1300만명 및 콘텐츠 파트너 300업체)

7월:하나포스닷컴 오픈(정액제 콘텐츠 서비스 개시)

9월:게임 사업 진출 및 정보통신 사이버대학 설립 인가

10월:한국능률협회(KMA) 인터넷 부문 최우수상 수상

2003년 1월:가입자 1500만명 돌파

2월:2002년 연매출 434억원, 영업이익 13억원 달성

박 용기자 parky@donga.com

▼안병균 하나로드림 사장 ▼

“아직은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루키에 불과하다. 올해 안에 1주일 방문자수 1000만명이 넘는 대형 포털업체들이 활약하는 ‘빅리그’에 들어가겠다.”

하나로드림 안병균(安秉均·44·사진) 사장은 자신이 경영하는 하나포스닷컴에 아직 후한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합병에 성공하고 지난해 흑자를 내는 등 연착륙에 성공했지만 갈 길이 먼 유망주에 불과하다는 것.

그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빅리그’ 진입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온라인 광고 매출을 키워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는 “광고 마진율이 콘텐츠 서비스나 쇼핑몰에 비해 2∼3배 정도 높다”며 “지난해 전체 매출의 4% 정도에 불과한 광고 매출을 올해 1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광고를 따려면 무엇보다 방문자의 발길이 늘어야 한다. 다양한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로드밴드 포털사이트’라는 이미지는 굳혔지만 아직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 못한다는 판단이 섰다.

올 2월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개발한 검색엔진을 탑재한 검색 서비스를 시범 실시할 예정. 인터넷 브라우저를 켜지 않고 배경화면으로 다양한 이벤트 정보를 받아보고 채팅과 검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툴바(도구상자)’도 개발하고 있다. 네티즌이 즐기는 다양한 웹보드 게임도 제공해 네티즌을 붙잡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는 스스로를 하나포스닷컴의 경영자이자 고객이라고 생각한다. 닷컴기업 CEO답게 사무실을 둘러보는 것보다 인터넷을 돌며 직원들의 근무태도는 물론 사업 아이디어 등을 찾는다. 사무실에서 낯 뜨거운 장면이 나오는 하나포스닷컴의 성인용 콘텐츠도 서슴없이 접속한다. 좋아서라기보다 문제가 될 동영상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대학에서 전자통신공학을 전공한 안 사장은 PC통신 1세대에 속한다. 1996년 데이콤 천리안기술팀장을 시작으로 하나로통신 등을 거쳐 1월 13일 하나로드림 사장에 취임했다. 미래가치보다 수익성을 따지는 그는 ‘잘 짜인 업무 메커니즘이 기업 성공의 열쇠’라는 GE 잭 웰치 회장의 경영 철학을 하루에도 몇 번씩 되새긴다. 안 사장은 “높은 이상을 가진 사람도 발은 땅에 디뎌야 한다”며 “현실에서 수익을 내는 것이 기업의 미덕”이라고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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