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 다시 원점으로 …"백지화"→"사업타당성 충분"

  • 입력 2003년 2월 6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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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백지화 발표로 물 건너 간 것으로 여겨졌던 경인운하 사업의 추진 여부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6일 “경인운하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사업 추진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도 “인수위의 백지화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던 입장에서 “관계 부처 및 인수위 등과 협의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사업추진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여전히 이 사업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고 인수위 안에서도 여전히 부정적 인식이 우세한 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차기 정부가 ‘경제논리’와 ‘환경논리’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 사업과 관련해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경인운하 사업성 분석 관련 쟁점 사항
구분환경정의시민연대 등 시민단체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의신뢰성·2002년 8월과 10월의 중간보고 때는 경제성 없음으로 나왔는 데 최종보고에 서 뒤집힌 것이므로 신뢰할 수 없음·다른 사업 분석 때와 동일한 방식 적 용했으므로 신뢰할 수 있음
·건교부 요구로 발표 늦추며 결과 조작·사업 분석에 필요한 시간 부족으로 발표 늦춰진 것임
이익과장·경인운하 사용할 자동차 물동량 전무·경인운하 사용 자동차 물동량 최소화
시설낭비·서울∼인천간 물류시설 과잉중복 투자·서울∼인천간 교통망의 영향을 충분 히 반영, 평가
비용축소·수도권 매립지 대체비용 3조4749억원 누락·터미널로 이용할 수도권 매립지 부분 을 기회비용으로 처리
·경인운하 개통에 따른 교통체증 해소할 도로 신증설 비용 1조3971억원 누락·교통체증을 혼잡비용으로 처리

▽사업성 분석 어떻게 했나=KDI에 따르면 정부의 당초 계획대로 경인운하 사업을 한꺼번에 추진하면 ‘비용 대비 편익(B/C)’이 0.92로 편익이 비용을 못 따라가 사업타당성 판단 기준인 1을 넘지 못한다.

하지만 △홍수방지를 위해 정부가 반드시 지어야 할 방수로 건설비를 총사업비에서 빼고 △운하를 만들기 위해 강 밑바닥을 긁어서 얻은 흙(굴착토·掘鑿土)을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로 집중 개발할 김포매립지 부지조성에 활용해 얻는 편익을 반영하고 △경인운하 9개 사업을 2단계로 나눠 사업성이 높은 것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면 B/C는 1.0∼1.3까지 높아진다.

특히 1단계에서 운하를 바로 건설하는 대신 방수로(폭 80m)와 인천지역의 항만터미널, 배후물류단지, 유료고속도로 등만 짓고 나머지 시설은 7∼10년 정도 연기하면 5000여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게 KDI측 분석이다.

김재형(金在亨) KDI 공공투자관리센터장은 “지난해 8월까지 검토 과정에서는 이 같은 단계적 사업 추진 방식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B/C가 1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당시에도 경인운하 관련 9개 사업 전체를 중단하라고 제안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경인운하 사업성 평가 결과
사업비계산방식사업추진방식부두 및 굴착토 활용편익
미반영반영
방수로+운하시설동시 건설0.92231.0545
단계 건설1.00771.1264
운하시설동시 건설1.03631.1536
단계 건설1.18301.2807
수치가 1보다 크면 경제성 있고, 작으면 경제성 없음.
방수로+운하시설은 방수로와 운하시설 건설비용을 합한것.
운하시설은 운하를 위해 추가되는 시설비용만 분석.
동시건설은 모든 사업을 2006년까지 건설.
단계건설은 방수로 등 5개 사업을 2006년까지 짓고 나머지 4개 사업은 2013년까지 건설.
자료:한국개발연구원(KDI)

▽운하 사업은 어떻게 될까=건교부는 KDI의 보고와 관련,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상태여서 정부 방침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면서 입장 표명을 삼가고 있다.

하지만 김창세(金昌世) 건교부 수자원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무리하지 않고 보고서 결과를 토대로 이달 말까지 관계부처, 인수위 등과 충분히 협의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사업 계속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건교부의 다른 당국자도 “환경단체가 요구하거나 우려하는 사항을 모두 해소한 만큼 환경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고, 인수위가 배제한 철강부두 및 굴착토 활용에 따른 경제적 편익도 당연히 경제성에 포함돼야 한다”며 사업 추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인수위가 경인운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게 최대의 걸림돌이다.

인수위는 지난달 “경인운하 사업은 경제성이 없으며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에게 보고하겠다”고 밝혔다가 하루 만에 “해당 분과의 의견일 뿐 공식의견이 아니었다”고 번복한 바 있다.

▽‘의혹’ 둘러싼 환경단체와 KDI의공방=일부 환경관련 시민단체에서 제기한 KDI 경제성 분석에 대한 ‘왜곡 및 조작 의혹’도 밝혀져야 할 과제다.

환경정의시민연대는 4일 감사원에 “△경인운하를 이용할 자동차 물동량이 없고 △서울∼인천간 물류수송체계의 중복 과잉투자 우려가 크고 △수도권 매립지 대체비용 3조4749억원과 운하 개통에 따라 늘어난 교통수요를 소화할 도로 신증축 비용 1조3971억원이 각각 누락됐다”며 “경인운하 사업성 분석 및 사업추진전략 연구가 조작됐으니 감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라”고 촉구했다.

환경정의시민연대는 또 6일 KDI 보고서 발표와 관련해서도 “경인운하 사업타당성 재평가 과정에서 건교부가 KDI에 가한 부당한 압력은 면밀한 조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가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DI는 △경인운하를 이용할 자동차 물동량을 최소화했고 △서울∼인천간 물류수송체계를 사업성 검토에 충분히 반영했으며 △매립지 비용은 기회비용으로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KDI는 또 도로건설비용은 혼잡비용으로 사업성 분석에 반영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으며 이 같은 결론에 건교부의 외압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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