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성과급 잔치' 투자자 이익은 뒷전

  • 입력 2003년 2월 6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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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증권가에 ‘성과급과 주주 이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성과급을 올리면 직원 사기가 오르고 기업실적과 주주가치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과도한’ 성과급이 문제다.

제일투자증권은 6일 LG전자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내렸다. 분기별 평균 급여인 630억원의 2.3배에 이르는 특별상여금이 지급되면서 4·4분기(10∼12월) 순이익이 예측을 크게 밑도는 1791억원 적자였다는 이유.

기호진 애널리스트는 “경제상황에 비해 매출은 양호했다”면서도 “실적이 좋아지는 만큼 성과급 지급 등 비용도 커져 이익성장이 더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약 70만주 매도 주문이 쏟아졌고 주가도 4% 이상 급락했다.

▽상여금, 상여금…〓삼성전자의 4·4분기 순이익(1조5000억원)도 특별상여금 때문에 시장의 기대보다 2000억∼4000억원 적었다.

주가는 실적에 실망한 ‘팔자’가 나오면서 급락하다 회사측이 “특별상여금 3700억원을 지급한 때문”이라고 해명하자 다시 반등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정규상여금 외에 ‘이익연동상여금’만도 6000억원이 넘을 것”이라며 “수천억원대의 특별상여금이 별도로 지급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특별상여금은 다른 회사로도 파급됐다. 삼성SDI가 이익연동상여금 외에 약 620억원, 심지어 이익이 목표에 이르지 못한 삼성전기도 분기적자를 감수하면서 320억원을 집행했다.

합병 회사들의 과도한 상여금도 문제. 국민은행의 4·4분기 순손실은 2026억원으로 시장의 기대치(순손실 1000억원)보다 나빴다. 현대증권 백동호 애널리스트는 “국민과 옛 주택은행의 인사시스템을 통합하는데 인건비로 700억∼800억원이 지급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합병한 굿모닝신한증권도 합병 직후 지급한 상여금이 문제가 됐다.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전문가들은 △상여금 지급이 투명하고 예측가능한지 △주주의 이익을 보장했는지를 지적한다.

메릴린치증권 이원기 전무는 “외국인투자자들은 일부 기업이 상여금을 지급한 과정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며 “예측하기 어렵게 상여금을 지급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재벌총수가 단독으로 ‘특별상여금’을 결정한 것으로 비쳐졌고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에 대한 우려마저 낳았다는 것.

주주 이익과의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주주, 직원, 회사의 미래를 위해 이익을 어떻게 분배해야 할지에 대한 정답이 없기 때문.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2조5000억원을 사용했으나 대다수 기업들은 이마저의 균형도 갖추지 못했다.

대우증권 배승철 애널리스트는 “경쟁사도 우수인력을 삼성전자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인건비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강대 경영대 최운열 교수는 “투자(직원에 대한 상여금 지급)와 배당 가운데 어느 것이 더 기업가치를 올리는지는 알 수 없다”며 “다만 기업의 이익은 원칙적으로 주주의 몫인 만큼 직원이나 ‘총수’가 상여금 지급을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요 기업의 성과급 지급과 주주가치 (단위:억원)
구분삼성전자LG전자삼성SDI삼성전기
직원복지이익연동상여금6,0001451600지급 안됨
특별상여금3,700620320
주주복지자사주매입약 15,000-약 966-
배당금 지급약 9,100(순이익의 13%)1,500(순이익의 30% 추정)1,153(순이익의 25%) 580(순이익의 27.7%)
정기상여금은 별도, 이익연동상여금은 각 증권사 추정치.
자료:대우증권,동양증권,제일투자증권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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