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 건물 "수익률 좋네"…주거용 오피스텔보다 인기

  • 입력 2003년 2월 3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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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웃돈이 붙어 거래된다면? 통상 프리미엄이 형성되는 부동산 상품은 주거용에 한정됐다. 공급은 한정된 반면 광범위한 수요층이 있기 때문이다. 주거용 오피스텔이 인기를 끈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부 사무실이나 업무 전용 오피스텔에도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 거래도 꾸준하다. 주거용 상품을 사겠다는 수요가 끊기다시피 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사무실에 프리미엄이 형성되는 근거는 자산가치보다는 수익률. 지금까지는 주거용 건물에 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실제 임대 수익률은 업무용이 더 높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그동안 사무실이 공급돼야 할 자리에 주거용 오피스텔이 대거 들어서면서 업무용의 희소성마저 부각되는 실정이다.

▽사무실에도 프리미엄=내년 6월 완공되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두산랜드마크타워’는 전형적인 사무용 빌딩. 이 빌딩은 지난해 1월 당시로선 드물게 아파트처럼 각 실로 쪼개져 일반에 분양됐다.

분양 초기만 해도 살 사람이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현재 실당 500만원가량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들어서는 ‘아미고타워’도 마찬가지. 옛 뉴코아백화점을 리모델링한 이 빌딩도 작년 9월 사무실로 분양됐다. 많게는 1000만원가량 웃돈이 붙어 거래된다. 반면 주변에 있는 주거용 오피스텔은 분양가 이하에서도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인근 정도부동산 관계자는 “지금도 매수 문의가 꾸준하게 들어온다”며 “당초 사무실을 구하려는 중소기업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엉뚱하게 개인들이 투자 목적으로 매입을 의뢰한다”고 전했다.

작년 6월 서울 역삼동에 들어선 ‘대우디오빌’은 사무실이 주거용 상품보다 각광받는 극단적인 사례. 이 건물 저층은 일반 사무실, 상층부는 주거용 오피스텔로 구성돼 있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임대 매물로 나오면 새 임차인을 찾기까지 최소 한 달은 걸린다. 사무실은 일주일 남짓이면 임대차계약이 이뤄진다.

역삼동 역삼부동산 김정열 사장은 “주변에 있는 다른 사무용 건물도 대부분 임대가 잘된다”며 “주거용 건물은 매물적체가 심하지만 사무실은 수요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주거용 퇴조, 업무용 부상=빌딩 시세 조사기관인 ‘샘스’에 따르면 작년 4·4분기(10∼12월) 서울 사무실 공실률은 2.33%. 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사무실 임대가 잘 되는 편이다. 평당 임대료도 작년 초 497만원에서 4·4분기에는 511만원으로 2.8% 올랐다.

반면 주거용 오피스텔의 평당 임대료는 작년 10월부터 석 달 연속 하락했다. 매매가도 움직임이 거의 없다.

주거용 오피스텔이 기대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물량이 너무 많기 때문. 서울만 놓고 보면 2001년 3348실이 완공됐지만 작년에는 두 배가 넘는 7498실, 올해는 1만5777실이 새로 입주할 전망이다.

▽수익률 잘 따져야=사무실이라고 해서 무조건 수익률이 높은 건 아니다.

성남시 ‘아미고타워’ 27평형의 분양가는 2억3000만원 안팎. 임대료는 보증금 5500만원에 월 200만원 선이다. 인근 주거용 오피스텔 27평형이 보증금 1000만원에 월 110만원 정도에 나와 있는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그러나 이는 사무실 수요가 많은 입지여건을 확보하고 있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덕분. 야탑동 일대 오래된 소형 사무실 임대료는 일반 오피스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서울도 업무시설이 많은 강남 테헤란로나 서울 도심의 임대료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지만 외곽지역의 노후 빌딩은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부동산 개발회사인 신영의 이일성 과장은 “사무용 빌딩이 일반 주거용 건물보다 수익률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주변 업무 수요와 사무 지원 시설을 면밀히 검토한 뒤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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