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1조원 배당'의 의미는…

  • 입력 2003년 1월 21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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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제조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상장 이후 처음으로 주당 0.16달러, 총액 기준으로 8억5600만달러를 주주들에게 배당하겠다고 16일 밝혔다.

MS는 그동안 “배당할 돈이 있으면 그 돈을 재투자해 기업을 성장시키겠다”는 철학을 갖고 있던 기업. 그런 MS가 상장 이후 17년 만에 배당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며 한국 기업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MS의 선택〓MS는 지금까지 자금을 연구개발(R&D)과 재투자에 쓰는 방식으로 기업 전체를 키워왔다. 이 판단은 옳았으며 MS는 적극적인 재투자로 세계 정상의 기업에 올라섰다.

문제는 어느 기업도 영원한 성장을 계속할 수는 없다는 점. 폭발적인 성장을 하던 기업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산업이 안정화하면 결국 성장성이 꺾이게 된다. MS는 바로 이런 시기를 맞았다. 윈도 혁명이나 인터넷 혁명 때만큼의 성장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

성장성이 꺾이니 자연히 투자할 곳이 줄어든다. 그동안 벌어둔 돈은 많은데 쓸 곳은 많지 않은 상황이 된다. MS의 현금성 자산은 무려 430억달러(약 52조원)에 이른다. 이제 그동안 쌓아온 기업이익을 배당을 통해 주주와 나눌 때가 됐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한국 증시에서의 배당〓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배당이 기업과 증시 전체에 득이냐 실이냐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그러나 ‘시장 전체’에 대한 분석보다 개별 산업과 기업 현실을 조목조목 따지는 구체적인 논의가 더 중요하다.

국내 기업 가운데는 1990년대 MS처럼 재투자를 통해 기업을 키워야 할 회사도 있고 지금의 MS처럼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든 회사도 있다. 안정기에 들어선 회사는 당연히 이익을 주주와 나누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것.

실제 식음료 가구 유통 가스 의류 등 산업이 이미 성숙한 분야의 내수 우량주들은 재투자를 하고도 수백억∼수천억원의 돈이 남을 정도로 배당 여력이 충분하다. 하지만 현금을 쌓아두고도 “왜 소중한 ‘내 돈’을 주주에게 낭비하나”라는 생각에 배당에 관심이 없는 회사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동원투신운용 이채원 본부장은 “국내 기업들은 오랫동안 증시에서 자금을 받기만 했지 돌려줄 줄을 몰랐다”며 “여력이 있는 기업부터 적극적인 배당을 함으로써 주주와 기업이 함께 커나가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배당 관련 이모저모
▽ 1986년 상장 이후 17년 만에 첫 배당
▽ 배당금 총액 8억5600만달러: 보유 현금(430억달러)의 1.9%
▽ 배당수익률 0.29%: S&P500기업 평균
배당수익률은 1.71%
▽ 파장:그동안 배당을 하지 않던 오라클 시스코시스템스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도 배당 고려
▽ 월가 전문가 평가:MS가 기술주 성장을 이끌던 시기를 지나 ‘저성장-고마진’을 추구하는 굴뚝산업식의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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