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광고보면 기업의 성격 보여요"

  • 입력 2003년 1월 15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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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광고를 통해 주가를 예측한다.’

주가의 기본은 ‘기업 읽기’이다. 따라서 투자자는 기업에 대해 충분한 연구 뒤에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기업을 잘 알 수 있을까. TV광고를 통해 그 기업의 성격을 유추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실제 성장주의 TV광고는 공격적이고 파격적인 반면 가치주는 인간미와 자신감이 넘치는 광고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성장주가 절정의 오름세였던 2000년에는 파격과 엽기 광고가 대세를 이뤘던 반면 태평양 등 가치주가 부각됐던 2001년에는 ‘가족’과 ‘사랑’을 강조한 휴머니즘 광고가 유행을 이뤘다.

▽안정감과 자신감 넘치는 가치주〓국민가요 수준에 이른 “손이 가요/손이 가∼” 광고 노래를 아직도 사용하는 새우깡, 푸근한 표정의 아빠가 “수십년 동안 먹었는데도 질리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너구리. 모두 한국의 대표적인 내수 가치주로 꼽히는 농심의 간판 광고다.

이처럼 오랫동안 한 분야에서 독점력을 확보한 가치주들은 비교광고나 파격광고를 하지 않는다.

한국 간장보호제의 대명사가 된 대웅제약의 우루사도 “피로하면 뭐죠?”라고 시청자에게 묻는 광고를 내세웠다. “답은 당연히 우루사 아니냐”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는 광고라는 평가.

▽파격광고가 많은 성장주〓성장성이 큰 산업일수록 경쟁자가 많기 마련. 독점 기업이 없는 대신 고만고만한 기업들끼리 피나는 경쟁을 하는 일이 잦다.

광고도 당연히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데 목적을 둔다. 파격적인 광고나 경쟁자보다 나은 점을 강조하는 비교 광고가 많은 것도 이 때문.

최근 TV홈쇼핑을 대신할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떠오른 인터넷쇼핑몰. CJ몰은 “그녀는 뭘 몰라”라는 카피의 파격광고로, LG이숍은 배용준 김현주 등 친근감 있는 모델을 구한말 저잣거리 선비와 처자로 둔갑시킨 파격 광고로 맞대응 중이다.

정체가 뭔지 모를 카이홀맨을 내세운 LG텔레콤 광고도 성장산업의 특징을 드러내는 파격광고로 꼽힌다.


▽변화를 거듭하는 SK텔레콤〓SK텔레콤은 기업의 성격 변화에 따라 광고가 계속 바뀐 대표적 기업.

SK텔레콤이 한국 증시 역사상 최고의 성장주로 떠오른 1999, 2000년. 이 회사는 기성세대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TTL 광고를 전면에 내세웠다. “우리 팅하자”는 광고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기성세대는 실제 거의 없었다.

그러나 2001년 업계 선두를 완전히 굳히면서 가치주의 성격을 띠기 시작한 SK텔레콤은 한석규를 모델로 내세워 안정적인 광고로 돌아선다. 이때 나온 “꼭 011이 아니어도 좋습니다”라는 카피는 가치주 SK텔레콤의 자신감이 한껏 묻어난 광고라는 평가다.

그러나 상황은 바뀌기 마련. 최근 무선인터넷 시장의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이 회사는 화면 절반을 공백으로 채운 ‘준(JUNE)’이라는 파격 광고를 선보였다. ‘준’ 광고는 SK텔레콤이 또 다시 성장성 경쟁에 뛰어들었음을 보여준 상징적 광고로 평가받는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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