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내년 경제 또다른 '악재'

  • 입력 2002년 12월 26일 18시 48분


최근 국제 유가가 다시 급등하면서 내수가 빠른 속도로 얼어붙고 있는 한국 경제에 새로운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유가 상승은 제조업 생산원가를 높여 올 하반기 이후 경제를 떠받쳐 온 수출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휘발유 등 석유 제품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가계 부담 역시 늘어난다.

▽유가 얼마나 올랐나〓2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4일 현지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배럴당 32.58달러로 전날보다 0.35달러 올라 연이틀 32달러를 웃돌았다. 이는 1999년 12월 30일의 33.67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준.

또 국내 도입 원유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27.53달러로 전날에 비해 0.55달러 올라 10월 2일의 연중 최고가격(27.75달러)에 바짝 육박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기준유가는 이달 들어서만 17% 올랐고 지난해 말보다는 50%나 급등했다.

국내 정유업계는 최근 한 달 평균 원유와 석유 완제품 도입가격이 모두 배럴당 1.7달러가량 올라 내년 초 휘발유 1ℓ당 20원 안팎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경과 전망, 대책〓최근의 유가 급등은 세계 4위 원유생산국인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 PDVSA의 파업이 이달 2일 이후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생산량이 격감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미국은 자국 석유소비의 14%가량을 베네수엘라에서 수입하고 있다.

또 미국의 대(對) 이라크전쟁 가능성이 높아진 것과 북반구가 석유 성수기를 맞고 있는 점도 유가상승을 부추기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내년 이후 유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OPEC는 최근 ‘회원국의 쿼터 위반을 단속하겠다’고 밝혀 상승을 부추겼다. 그러나 내년 1월부터는 OPEC 쿼터량을 하루 130만배럴 늘린다는 방침이어서 오름폭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베네수엘라 파업이 얼마나 갈지와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공격여부도 변수로 꼽힌다.

산업자원부는 석유 수급 문제가 발생하면 관세 인하→비축유 방출과 유가완충 자금 활용 등 단계별 대책시행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은 아직 100일분 이상의 비축유가 있어 당장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도입계약물량이 제대로 들어올 수 있을지를 챙기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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