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다가구 전세분쟁 급증

  • 입력 2002년 11월 13일 17시 59분


다세대 다가구주택이 급증함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전세분쟁까지 일어날 정도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다세대 다가구주택이 급증함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전세분쟁까지 일어날 정도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다세대 다가구주택의 공급과잉이 후유증을 낳고 있다.

보증금을 둘러싼 전세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계약이 만료됐어도 새 세입자를 못 구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공급량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1998년 233가구였던 서울 다세대주택 건축허가 건수는 1999년 562가구, 2000년 2162가구, 2001년 8697가구로 급증했다. 올 들어 9월까지만 해도 1만2011가구가 건축허가를 받아 이미 작년 수준을 넘어섰다.

▽폭증하는 임대차 분쟁〓지난달 서울시 임대차 분쟁조정 상담실에 접수된 주택임대차 분쟁 민원은 모두 1만1513건. 이는 올해 1월(1361건)보다 8.5배에 이른다. 또 상담실이 문을 연 지난해 3월 이후 연말까지 10개월 동안 접수한 민원(1만3003건)에 맞먹는 수치다. 분쟁의 대부분은 다세대 다가구주택에서 발생했다. 또 그 가운데 30% 정도는 서울 강남과 서초 송파 지역에 집중돼 있다.

상담실 관계자는 “다세대 다가구주택이 늘면서 임대차 분쟁도 폭증하고 있다”며 “분쟁의 원인은 전세금을 돌려 달라거나 낮춰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시가 직접 중재에 나서 분쟁을 조정한 사례도 56건으로 1월(11건)보다 5배가량으로 늘었다.


▽남아도는 다세대 다가구〓전세분쟁이 늘어나는 것은 무엇보다 세입자들이 입주를 기피하기 때문. 같은 평수의 노후 아파트보다 전세금은 더 비싸지만 주거여건은 떨어지는 게 그 이유다.

이는 대규모 이주가 진행중인 재건축 대상 아파트 주변에서도 마찬가지다.

송파구 잠실주공4단지만 해도 주민들이 인근 다세대 다가구주택보다는 가까운 잠실주공 3단지나 가락동, 경기 성남시로 떠나고 있다. 전용면적 기준 13평짜리 아파트 전세금은 5000만∼6000만원. 반면 다세대 다가구주택은 7000만∼8000만원이다. 아파트 전세금으로 다세대 다가구주택 임대보증금을 충당하지 못한다.

이주가 거의 끝난 강남구 도곡주공아파트 세입자들도 대부분 인근 영동아파트나 멀리 성남시로 옮겨갔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서는 빈방으로 남아 있는 다세대 다가구주택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송파구 잠실동 척척박사부동산 박제순 사장은 “지은 지 5년이 넘는 다세대주택에는 입주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최근 2년간 다세대주택이 많이 들어서면서 구옥(舊屋)을 중심으로 전세금이 떨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저금리 후유증〓세입자들이 다세대 다가구주택을 외면하는 또 다른 이유는 대출이 많이 끼어 있기 때문.

집주인들이 싼 금리로 돈을 빌려 와 건축비를 충당한 만큼 대부분의 다세대 다가구주택이 담보로 잡혀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보증금과 대출금을 합치면 매매가보다 높을 정도다. 세입자로선 선(先)순위 대출이 들어 있는 다세대 다가구주택을 꺼리기 마련이다.

잠실 에덴공인 김치순 사장은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집주인들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기 위해 빚을 내 집을 지었는데 이제 그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집주인이 대출을 받아 지은 주택은 원리금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좀처럼 임대료를 낮추기 어렵다”며 “도시 서민을 위한 주거 안전판 구실을 해야 하는 다가구 다세대주택의 기능이 퇴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임대차 분쟁 상담 및 조정 현황
시기상담 건수조정 건수
1월136111
2월244616
3월380022
4월494629
5월609535
6월711636
7월830340
8월941647
9월1094653
10월1151356
자료:서울시

고기정기자 koh@donga.com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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