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부 항만폐쇄…한국기업 피해 속출

  • 입력 2002년 10월 4일 18시 51분


[피켓시위] 3일(현지시간) 미국 서부지역 항만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 롱비치항에서 항만 노동자들이 미 해운협회의 직장폐쇄 조치에 항의하며 피켓농성을 벌이고 있다.
[피켓시위] 3일(현지시간) 미국 서부지역 항만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 롱비치항에서 항만 노동자들이 미 해운협회의 직장폐쇄 조치에 항의하며 피켓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미국 서부 연안 29개 항만 폐쇄가 1주일째 접어들면서 한국기업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길어지면 아시아지역 경제가 다시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기 시작했다.

4일 한국무역협회와 하주(荷主)협의회가 발표한 ‘수출업계 피해 긴급조사’에 따르면 이들 항만에서의 선적과 하역이 전면 중단되면서 한국기업의 하루 수출입 차질액이 5054만달러(약 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는 “포틀랜드항에 정박 중이거나 인근 해상에 떠있는 차량 수송선 3척이 현재 하역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차질이 빚어진 차량은 1000여대”라고 밝혔다.

기아자동차도 베니시아항에 1122대를 실은 수송선을 들여놨지만 이 가운데 542대를 아직 항구에 내리지 못했다. 기아차는 특히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내 판매에 들어간 쏘렌토가 호평을 받는 상황에서 이번 항만 파업이 ‘악재’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9월 중순 이후 선적분부터 부두에서 하역이 중단돼 약 800만달러어치의 수출차질을 빚고 있다.

LG화학은 17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한 개)의 수출물량(약 430만달러어치)이 항구에 묶여있는데 바이어측에서 제때 공급해 줄 것을 요구해와 고심하고 있다.

원사와 필름자재 등을 수출하는 코오롱도 100TEU가량의 수송 차질이 빚어져 항만폐쇄가 길어지면 미 동부 및 캐나다 밴쿠버항을 돌아 수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4일 “미 서부 연안 항만폐쇄로 아시아 전역으로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건스탠리 증권 홍콩지점의 애널리스트 앤디 시는 “미 서부 항만의 파업사태가 한 달 이상 장기화하면 아시아지역 경제가 다시 경제불황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미 연방정부는 3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평양해운협회(PMA)와 서부항만노조(ILWU) 대표들을 불러 조정중재위원회를 가졌으나 합의점을 끌어내지 못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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