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대한-나라종금 "퇴출"평가, 정부서 영업재개 일방 승인

  • 입력 2002년 9월 28일 07시 20분


정부가 1998년 4월 부실로 영업정지 중이던 대한종금과 나라종금의 영업재개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종금사 경영평가위원회(약칭 경평위)의 부정적인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영업재개를 승인,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는 두 종금사의 영업재개 결정은 종금사 경영평가위원회의 평가에 따른 것이라는 정부의 해명과 완전 배치된다.

▼관련기사▼
- "정부, 민간평가위 보고서 아예 묵살"
- 대한-나라종금 어떤 회사?

98년 당시 종금사 경영평가위원장이었던 김일섭(金一燮·당시 삼일회계법인 대표) 이화여대 부총장은 27일 기자와 만나 “정부 의뢰를 받아 97년말 구성된 종금사 경평위는 엄정한 실사를 거쳐 98년 2월 대한종금에 대해 20개 종금사 중 가장 낮은 E등급 평가를 내렸다”며 “E등급은 당장 폐쇄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었는데도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영업재개 결정을 내려 의아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평위는 나라종금에 대해서도 폐쇄 권고나 마찬가지인 D등급으로 판정했지만 정부는 나라종금의 영업 재개를 승인했고, 결국 2년 뒤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경평위의 당시 의견서 내용은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정부는 당시 대구종금과 한솔종금은 경평위 의견대로 즉각 폐쇄조치를 내렸으나 호남지역에 기반을 둔 대한종금과 삼양종금에 대해서는 결정을 미룬 뒤 2개월 후 대한종금의 영업재개를 승인했다.

김 부총장은 “당시 재정경제원이 경평위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데 대해 이해가 잘 되지 않았으나 정부측은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부총장은 “당시 재경원은 대한종금에 대해 A회계법인과 S회계법인에 따로 재실사를 시켰는데 실사 결과 순자산이 138억원으로 나타나 회생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며 “평가 위원들은 대한종금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꾀를 부린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부총장은 “금융감독위원회에서 대한 나라종금 영업재개 결정이 경평위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한 데 대해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위원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공적자금 국정조사 때 증인으로 꼭 출석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측은 “경평위 자료는 참고사항이며 두 회사가 나중에 증자를 통해 자본을 늘려 영업정지 상황이 풀린 것일 뿐”이라며 “실무 담당자가 바뀌어 당시 재실사한 이유는 잘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당시 재경원 금융정책국장이었던 정건용(鄭健溶) 산업은행 총재는 “종금사로서는 생사가 걸린 문제여서 경평위 평가 결과에 대해 반발하면 기업 의견을 존중해 다른 회계법인에 맡겨 재실사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재경원은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고 경평위 의견을 100%다 반영했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해 특감에서 두 종금사에 대한 회계법인의 재실사 결과가 엉터리였으며 이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정부가 영업재개 조치를 내린 이후 부실이 더 커지면서 두 회사에 공적자금이 3조원 가량 더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