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삼성전자 나노기술 혁신 의미

  • 입력 2002년 9월 16일 18시 31분


삼성전자는 16일 90나노(㎚) D램 양산기술 개발 등 메모리 분야의 획기적인 혁신기술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점유율 30% 정도를 차지하며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는 이번 기술개발로 경쟁업체의 추격을 최소 1년 이상 따돌리게 됐다.

▽반도체 나노시대 열렸다〓삼성전자가 이날 발표한 90나노 D램 양산기술 개발은 미국 일본 대만 등의 경쟁 메모리제조업체 제품과 ‘세대’를 가르는 획기적인 것이다.

나노공정 기술개발은 각국의 반도체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분야다. 비(非)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1위인 ‘인텔’이 휴대전화에 주로 쓰이는 코드분할형(NOR) 메모리로 내년 3·4분기에 나노기술을 상용화할 예정이지만 삼성전자가 이보다 1년 이상 일찍 개발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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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세계 최초 나노 메모리 상용화
-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황창규 사장

이번 기술개발로 삼성전자는 생산성 측면에서도 ‘날개’를 달게 됐다.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경쟁업체에 앞서 도입한 300㎜ 웨이퍼는 웨이퍼 1장당 생산성이 기존 200㎜웨이퍼의 2.5배, 게다가 90나노 D램 기술은 전세대인 0.12미크론(㎛)보다 생산성을 40%가량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선폭이 가늘어질수록 낮은 전압으로도 작동시킬 수 있어 소형 경량의 모바일 기기에 적합한 첨단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을 응용해 70나노급 공정기술도 개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어 기술개발 속도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업계 최초로 개발된 2기가급 데이터저장형(NAND) 플래시메모리 역시 획기적이긴 마찬가지. 디지털카메라 MP3 PDA 등에 고루 쓰이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 이미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1년 만에 집적도를 2배로 높이면서 선발업체로서의 지위를 굳힌 것이다.

황창규(黃昌圭)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2기가 플래시가 보급되면 2005년까지 급속도로 소용량 하드디스크(HDD)와 플로피디스크(FDD)를 대체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시장을 따르지 않고 시장을 만든다〓이날 삼성전자의 발표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 1위라는 자신감을 살려 ‘시장을 만들어내는 제품’을 남보다 앞서 내놓음으로써 확고한 리더십을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이는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이 최근 강조해온 ‘시장 창출형 제품 개발’ 주문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이날 메모리 반도체와 논리 기능을 결합한 ‘퓨전 메모리’제품과 신소재 반도체 등의 개발에도 앞장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퓨전 메모리란 D램의 고용량, S램의 낮은 전력, 플래시메모리의 비(非)휘발성 등 각각의 장점에다 논리형 회로까지 더한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다.

황 사장은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는 단순한 공급업체가 아니라 ‘시장을 주도하는 힘’을 갖추고 세계적인 IT기업들의 ‘파트너’로서 업체들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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