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삼성전자는 ‘신조어’ 메카

  • 입력 2002년 8월 27일 17시 43분


“우리는 디지털 컨버전스 기업이다.” “MDC만이 살길이다.” “아직은 비메모리 분야는 묘목사업.”

디지털 컨버전스, MDC, 묘목사업 등의 공통점은 모두 삼성전자 안에서 만들어져 이 기업 안에서만 쓰이는 용어라는 것. 이런 삼성전자만의 용어는 이미 100개를 넘어섰으며 삼성전자 임직원들 사이에서 일상용어처럼 쓰이고 있다.

최근 들어 사용빈도가 부쩍 늘어난 용어는 ‘디지털 컨버전스’ ‘디지털 프리덤’ ‘MDC’등.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는 1999년 말 창사 30주년 비전 선포식에서 처음 발표된 삼성전자의 미래비전. 특히 지난해부터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정보통신 가전 등 4대 사업부문을 갖춘 삼성전자의 기업구조를 적극 활용, 새로운 개념의 ‘디지털 융합제품’을 개발하자는 뜻으로 발전했다.

디지털 프리덤(Digital Freedom)은 올해 초 진대제((陳大濟)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이 제창한 용어. 삼성전자 제품개발의 지향점이며 ‘3A’로 구체화된다. 즉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주고(Amazing) 쉽게 구입할 수 있으며(Affordable) 쉽게 쓸 수 있는(Accessible) 제품을 만들자는 것.

장일형(張一炯) 삼성전자 전무는 “삼성전자가 경영이나 기업관리의 선두기업이 된 뒤 기존 경영학계나 교과서에서는 다뤄지지 않던 새로운 개념이 많이 생겨났으며 이를 표현할 용어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 사원교육 내용에 포함되면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용어는 ‘MDC(Market Driven Change)’. 원래 ‘시장의 요구에 따른 변화’ 정도의 뜻이지만 삼성전자 안에서는 시장에서 제값을 받아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최상의 품질과 디자인을 확보해야 한다는 복합적인 의미로 쓰인다.

윤종용(尹鍾龍) 부회장은 삼성전자 안에서 ‘히트 신조어 제조기’로 꼽힌다. 그가 고위 임원회의 등에서 꺼낸 용어는 계속 ‘삼성전자 용어사전’에 추가되고 있다.

격물치지(格物致知)라는 말은 윤 부회장식으로 재해석돼 “깊이 몰두해 만지고 느끼고 토론하고 고민해 지식을 덧붙이면 새로운 상품이 나온다”는 뜻.

역시 윤 부회장의 조어인 ‘씨앗사업’ ‘묘목사업’ ‘과수(果樹)사업’ ‘고목(枯木)사업’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처음 쓰였다. 아직 싹트지 않았지만 성장 잠재력이 있는 분야는 씨앗, 아직 수익을 못 내지만 언젠가 열매를 맺을 분야는 묘목, 현재 이익을 내고 있는 분야는 과수, 과실을 기대하기 어려워 과감히 정리해야 할 사업은 고목으로 분류된다.

‘GBM(Global Business Management)’이라는 용어는 세계적 기업으로서 삼성전자의 위상을 잘 보여주는 명칭. 하나의 사업부지만 전 세계를 상대로 생산 유통 판매까지 비즈니스를 벌이는 자율경영체제를 뜻하며 ‘1GBM 1월드베스트 제품 만들기’ 등에 쓰인다.

삼성전자측은 “이런 용어나 경구들은 조직내부 의사소통의 효율을 높이고 삼성전자만의 기업문화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