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삼성 건설社들 발주처와 갈등

  • 입력 2002년 8월 15일 17시 38분


삼성그룹의 건설 관련 계열사들이 최근 발주처와의 잇단 마찰로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현장들이 이미 분양이 끝난 곳이어서 계약자들과 약속한 ‘책임시공’ 원칙을 저버린 채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00년 12월 분양한 서울 서초구의 A주상복합아파트 건설 공사를 3개월째 중단하고 있다. 18∼38평형 253가구로 구성된 이 아파트의 준공 예정 시기는 내년 12월. 하지만 올해 5월 20일 토목공사만 끝냈을 뿐 언제 공사를 다시 시작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공사가 중단된 이유는 공사비 때문. 삼성물산 박경식 차장은 “시행사인 광명산업개발이 토목공사까지 다 끝내놓은 시점에서 평당 400만원이 넘게 드는 설계도를 제시해 당초 가계약한 평당 공사비 340만원으로는 도저히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공비를 올려주지 않으면 공사를 못하겠다는 것.

반면 광명산업개발 김한규 차장은 “삼성물산이 내부 사정으로 공기(工期)를 지연시켜 놓고는 이에 따른 공사비 상승분을 시행사에 전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삼성물산이 2000년 10월 최초 계약 때 사업이익의 12%를 공사비 명목으로 회수키로 해놓고는 이제 와서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로선 양측이 전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아 언제 공사가 재개될지는 미지수다. 공사가 지연될수록 입주시기가 늦춰져 계약자만 피해를 보게 된다.

이에 앞서 삼성중공업은 서울 강남역 인근에 완공한 주상복합아파트를 둘러싸고 시행사와 법정소송까지 가는 극한대립을 벌이고 있어 계약자들이 입주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발단은 부실공사에 비롯됐다. 삼성중공업이 작년 7월 31일 완공한 이 아파트에서 무려 64건의 부실이 드러난 것이다.

시행사는 삼성중공업의 과실에 따른 결과인 만큼 하자 보수를 하지 않으면 밀린 공사비 117억원을 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은 시행사가 제시한 설계안에 맞춰 시공했기 때문에 책임은 시행사에 있다고 맞선다.

국내 기업 중 깔끔한 이미지를 자랑하는 삼성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은 흔치 않았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에서는 ‘한국의 대표 브랜드’인 삼성의 명예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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