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이런기업 손대면 “약도 없다”

  • 입력 2002년 8월 13일 17시 29분


“실수는 한번으로 족하다. 잘못을 반복하지 말자.” 경영권 분쟁으로 새롬기술이 2년반 만에 증시에서 다시 관심 종목으로 떠올랐다. 12, 13일 이틀째 상한가로 기세를 올렸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투자자들이 더 이상 투기 열풍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99, 2000년 당시 새롬기술 열풍의 실체를 보다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는 반성도 나온다. 한국 증시 역사상 새롬기술 만큼 투기 주식의 성격이 분명한 종목은 없다는 것. 새롬기술 분석을 통해 ‘투자자들이 피해야 할 종목’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투자자들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복권형 기업〓“이번 일만 성사되면 세계를 제패한다.”

투기 종목들의 공통점은 이뤄질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을 크게 부풀려 선전한다는 점. 이성적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주장이지만 투기 열풍에 휩싸이면 그 말이 곧 실현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새롬기술은 2000년초 다이얼패드 사업을 진행하며 “전 인류가 인터넷전화를 사용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 다이얼패드는 새롬기술의 대표적인 부실이다.

▽냄비형 기업〓투기 주식은 옆에서 바라보면 한달 안에 주가가 수십 배는 뛸 것 같은 기세를 보인다. 투자자들은 그 회사의 미래 성장성만을 믿고 달려든다.

그 사이에 중요한 것 한 가지가 잊혀진다. 정작 회사는 한푼도 돈을 벌지 못한다는 사실.

새롬기술은 지난해에도 1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냈다. 이런 회사들은 아무리 투기 열풍을 타고 주가가 올라도 언젠가 주가는 단번에 빠지기 마련이다.

▽자금 부족형 기업〓공시를 유심히 살펴보면 주가가 오를 때쯤 어김없이 증자를 하는 기업이 있다. 이런 기업은 항상 돈이 부족한 탓에 주가가 오른 것을 기회로 주주들에게 돈을 얻어가려 한다.

새롬기술도 마찬가지. 새롬기술은 2000년초 주가가 30만원을 넘었을 때 수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4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나 회사가 이익을 낸 돈으로 재투자를 하면 몰라도 끊임없이 주주들에게 “돈 좀 주세요”라며 손을 벌리는 기업은 좋은 투자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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