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6大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

  • 입력 2002년 7월 24일 18시 05분


공정거래위원회가 2년여 만에 6대 그룹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서면조사를 시작했다. 공정위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재계는 조사 시점과 의도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당혹함과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공정위는 삼성 LG SK 현대차 현대 현대중공업 등 6대 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계열사간 내부거래 관련 자료를 다음달 3일까지 공정위에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24일 밝혔다. 조사대상 회사는 삼성 LG SK 3개 그룹의 계열사 각 20개사와 현대차그룹 현대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 3개 현대가(家) 계열사 20개 등 총 80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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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시기에 조사 착수〓이번 조사는 2000년 하반기 이후 처음 실시되는 것으로 국회의원 보궐선거, 대통령선거 등 정치적 일정을 앞둔 미묘한 시기여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공정위는 지난해와 올해 초 경기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업활동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주요 그룹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벌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특히 6대 그룹 전체 계열사가 아니라 일부 주요 계열사에 대해 집중적으로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학국(趙學國) 공정위 사무처장은 “최근 발표된 주요 그룹들의 결합재무제표를 볼 때 내부거래가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결합재무제표만으로 파악할 수 없는 내부거래 유형과 규모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한 것”이면서 “상시감시체제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자료확보를 요구한 것으로 현장조사를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재계, ‘길들이기’ 의혹 반발〓조사대상이 된 6대 그룹은 미국 경제 불안, 달러화 약세, 증시 침체 등으로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공정위가 갑자기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일제히 벌이겠다고 밝힌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사가 2000년 하반기 이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데다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주요 그룹을 모두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재계 길들이기’를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공정위가 ‘상시 감시 차원의 자료 확보를 위한 조치’라며 본격조사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재계 관계자들은 과거 대규모 부당내부거래 조사 때도 서면조사부터 시작했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도 서면자료를 내면 바로 현장조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대비책을 세우기도 바쁜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공정위가 갑작스럽게 내부거래 조사에 착수해 그 의도가 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권 말기에는 내부거래를 조사한 적이 없고 이남기(李南基) 공정거래위원장도 올해 초 내부거래 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어 정책의 일관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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