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新인사제도 부작용도 많다

  • 입력 2002년 7월 17일 17시 37분


올해부터 미국식 직무등급체계를 도입한 동양제과 인사팀은 최근 일부 부서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와 고민을 하고 있다.

새로운 직무등급체계를 도입하면서 재무, 경영전략, 마케팅, 영업부서 등의 하위 직급자가 총무, 일반 엔지니어링, 설비관리 등 ‘간접 부서’의 상위직급자보다 직급이 높아지는 등 직급 역전현상이 벌어진 것.

2년전 미국식 인사시스템을 도입한 제일제당은 중간 관리직사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승진 기회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제일제당, 농심, 동양제과, 태평양 등 미국식 인사제도를 새로 도입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도 변화에 따른 장점 못지않게 부작용도 적지 않게 나타나면서 인사 담당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직무 분석의 충격〓미국식 직무등급체계는 모든 업무를 난이도와 중요도에 따라 5∼7등급으로 나눈다. 이 과정에서 과거 일부 부장이나 차장들이 하는 업무가 중요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돼 직급이 강등되는 일이 잦다.

대졸 사무직을 5등급(G3∼G7)으로 나눈 제일제당은 부장직급에 대한 직무분석 결과 대부분의 직책은 G7직급으로 평가됐지만 일부 부서 부장이 맡는 업무는 G5, G6직급으로 평가됐다. 심지어 제약사업부의 한 부장의 직무는 G4로 평가됐다. 사실상 부장에서 대리로 강등된 것.

인사팀은 이같은 조사결과에 따라 일부 부장은 다른 자리로 발령했고 일부 부장은 직급은 낮추지만 보수는 그대로 주기로 했다. 직급이 강등된 일부 중견간부들에게는 유예기간을 두고 뛰어난 업무성과를 거둔 경우 과거 직급에 맞는 자리로 승진을 시켰다. 성과가 좋지 못한 수백명의 중견간부들이 회사를 떠났다.

동양제과 역시 직무분석 결과 마케팅 재무 등 핵심 부서의 차장이 간접부서의 부장보다 직무등급이 높은 것으로 나와 직무등급을 조정중이다.

▽승진이 어려워졌다〓신(新)인사시스템을 도입한 회사에서는 고참 대리, 과장, 차장급 사원들의 불만이 높다. 발탁 인사로 승진되지 않는 한 자리가 비지 않으면 승진이 불가능해졌기 때문.

전문성이 중요해지면서 승진을 위해 업무 경험이 없는 부서로 갔다가 도태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함부로 보직이동하기도 어렵다.

N사의 한 고참 과장은 “직급별 인원이 결정돼 있어 위에서 자리가 비지 않는 한 승진이 불가능하다”며 “미국처럼 해고나 직장이동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신인사시스템은 인사적체를 부른다”고 말했다. 업무나 부서별로 승진이 가능한 자리가 명시적으로 결정돼 있어 부서간 위화감도 심각하다.

▽과도기를 잘 넘겨야 한다〓인사전문 컨설팅업체인 타워즈페린 박광서 사장은 “근본적으로 철학이 다른 인사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 과정을 잘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인사제도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 회사와 직원들간의 개방적인 대화, 최고 경영자의 유연하면서도 확고한 ‘변화경영’ 의지, 임직원들이 직접 근무현장에서 느끼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한 전략 등이 필요하다는 것.

박 사장은 또 “신인사제도는 다양한 경력 개발 및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이런 프로그램을 준비하지 않고 급격한 변화를 밀어붙이다가 부작용이 나타나는 사례도 많다”고 충고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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