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상환 대책과 문제점]납세자가 49조원 25년간 갚는다

  • 입력 2002년 6월 27일 18시 40분



정부가 제안한 공적자금 상환대책의 핵심은 회수할 수 없는 69조원을 누가 갚아야 하느냐는 문제이다.

일단 ‘수익자 부담’이란 대원칙에 따라 향후 25년에 걸쳐 금융권이 20조원, 납세자가 49조원을 나눠 갚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안〓작년말 기준으로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가 안고 있는 채권은 각각 82조원과 15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두 기관이 세계은행에서 꿔온 차관 2조원을 합하면 모두 99조원이 2008년까지 만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 중 30조원은 이미 회수한 현금자산과 곧 회수할 자산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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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일단 공적자금 투입 및 회수 통계에서 빠져 있는, 이미 물어준 18조원의 이자는 탕감하기로 했다. 따라서 정부가 처리해야 할 채권은 69조원이다.

이 채권이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정부와 금융권은 분담 몫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

예보기금과 부실채권정리기금은 ‘청산기금’으로 옷을 바꿔 입고 만기도래 채권금액의 ‘69분의 20’에 해당하는 부분을 △금융기관이 낸 특별보험료 수입으로 충당하거나 △청산기금 채권을 발행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만기를 연장한다.

정부는 신설하는 공적자금상환기금이 발행하는 채권(국채)으로 ‘69분의 49’를 책임진다. 전체적으로 재정 부담액의 절반인 24조5000억원은 조세감면을 축소하거나 유류세 인상분으로 마련하고 나머지 절반은 허리띠를 졸라매 충당할 예정이다.

▽금융권, 가능한가〓정부는 금융권이 부담할 특별예금보험료 0.1%(연 6700억원)가 자기자본비율을 11%로 유지하면서 낼 수 있는 최고 한도로 봤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탄탄해 공적자금을 덜 쓴 우량은행이 불량은행과 똑같은 보험료를 내게 된다는 점. 이것은 ‘수익자부담’ 원칙과도 어긋난다.

금융권이 금융소비자인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 금융기관의 수익기반이 확고히 다져지지 않았다”며 “당장의 손실분담 원칙에 얽매여 금융권에 떠안기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주가를 띄워 회수율을 높이는 것이 국민부담을 줄이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국민부담은 불가피〓재정이 부담할 49조원은 국민 1인당 102만원꼴. 여기에 원금을 25년에 걸쳐 나눠 갚기 때문에 이자부담이 생겨난다. 이자부담까지 감안해 현재가치로 계산하면 국민 1인당 부담액은 106만원이 된다.

여기에 탕감해준 이자 18조원도 일반회계의 세수(稅收) 손실로 잡히기 때문에 사실상 국민부담이다. 따라서 이를 종합하면 국민 1인당 부담은 현재기준으로 143만5000원이다. 만약 금융기관들이 특별예보료 부담액을 금리에 전가하면 국민부담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여론 악화를 우려해 특별세를 만들지는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에너지세 조정으로 사실상 ‘공적자금상환특별세’가 생기는 셈이다.

한국경제는 불과 4년만에 경제위기를 화려하게 벗어났지만 과거의 부실 때문에 이제는 국민 상당수가 주머니를 벌릴 때가 왔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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