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소득보전직불제 도입 의미

  • 입력 2002년 6월 17일 18시 17분


17일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농특위)의 소득보전직불제 도입 결정으로 쌀산업의 ‘시장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정부가 간여해 온 쌀가격 결정은 시장 기능에 맡겨지고 쌀값 하락으로 줄어든 소득만 보전해주는 ‘보조금 제도’로 바뀌는 것.

농특위의 이번 결정은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쌀협상을 앞두고 쌀산업정책의 전면 개혁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반영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추곡수매제도 전면 개편 불가피〓농특위가 도입을 결정한 소득보전직불제는 과거 3년간 단위면적당 평균 조수입(생산량×가격)을 기준으로 해당 연도에 쌀가격이 떨어져 줄어든 조수입의 70%를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올해는 제도 도입 첫해인 만큼 작년 조수입과 비교해 감소한 수입의 70%를 내년초에 정부가 보상해주게 된다.

문제는 소득보전직불제가 WTO가 정한 감축대상총액보조(AMS)에 포함된다는 점. AMS는 매년 총액을 줄이도록 돼 있어 같은 감축대상보조인 추곡수매의 수매량 감축이나 수매가 인하가 불가피하고 속도도 더욱 가속화된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명목가격(물가상승분 제외) 기준으로 쌀값이 전년보다 3% 떨어져 소득보전직불제로 이를 보상할 경우 올해 548만섬인 추곡수매물량을 71만5000섬 이상 추가로 줄여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또 농특위가 공공비축제를 올해안에 법제화하기로 한 것도 추곡수매제 전면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가 국회 동의를 얻어 수매가와 수매량을 결정하는 추곡수매제도는 시가로 사들여 시가로 파는 공공비축제와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

▽논농업직불제는 어떻게 되나〓작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논농업직불제는 감축대상보조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예산만 충분하다면 추가로 지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는 재정상 부담 때문에 소득보전직불제와 논농업직불제 양쪽을 모두 확대하는데 반대하고 있다.

농림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 40만원(비진흥지역)∼50만원(농업진흥지역)인 논농업직불제 단가를 내년에는 농업진흥지역 중심으로 7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예산을 요구했으나 소득보전직불제가 도입되면 사실상 인상이 불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농민단체들은 소득의 70%를 보상해주는 소득보전직불제만으로는 농가의 생산비를 메워줄 수 없다며 논농업직불제 단가도 추가 인상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당초 소득보전직불제 도입을 2005년 이후로 미뤘던 것도 농민들의 반발 때문.

따라서 농특위의 소득보전직불제 도입 방안도 농민들의 반대로 무산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게다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줘야 할 국회도 선거 정국에 돌입해 공전하고 있어 도입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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