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12%늘때 지출은 28% 껑충…통계청 ‘소비실태조사’

  • 입력 2002년 4월 25일 18시 00분


외환위기를 지나 ‘20 대 80’ 사회로 들어서면서 한국사회의 소득 불평등 현상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00년 가구소비실태조사결과’는 또 소득보다 지출이 더 빠른 속도로 늘어 높은 소비성향에 따른 내수 부양이 경제 회복을 이끌었음을 입증했다.

▽심화하는 소득 불평등〓자영업자, 회사 경영자, 고위직 공무원을 포함한 ‘사업자가구’의 지니계수는 0.389. 5년 전의 0.293에 비해 0.096포인트나 높아져 소득 불평등 악화를 주도했다.

이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자영업자나 회사 경영자들 사이에서 ‘성패’가 엇갈려 소득격차가 대폭 확대됐음을 의미한다.

반면 사무직 생산직 근로자 가구의 지니계수는 0.291로 5년 전 0.256에 비해 0.035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상위 20% 가구의 소득이 하위 20% 가구 소득의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에서 소득 불평등 현상은 더욱 뚜렷하다. 사업자가구의 소득 5분위 배율은 7.34로 상위 20%의 사업자가구가 하위 20% 사업자가구보다 7배 이상 많이 벌었다. 이는 96년의 4.54보다 2.80포인트나 높아진 것. 근로자가구의 5분위 배율도 4.68로 5년 전의 3.85보다 0.83포인트 높아졌다.

▽소득보다 빨리 늘어나는 지출〓전 가구의 2000년 경상소득은 5년 전보다 12.4% 늘었지만 가계지출은 27.7% 늘어 지출증가가 소득증가 속도를 두 배 이상 앞질렀다.

장경세(張慶世) 통계청 사회통계과장은 “소득이 높은 계층에서 교육 교통통신 문화비 등의 지출을 크게 늘린 것이 지출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가계의 저축성향도 달라졌다. 2000년 가계 저축액은 5년 전보다 31.4% 늘었지만 부채액은 37.4% 증가해 부채증가율이 저축증가율을 앞질렀다. 저축액에서 부채액을 뺀 순(純)저축액은 1424만4000원으로 96년(1160만원)에 비해 27.6% 늘었다. 건강보험료가 높아지고 국민연금 부담액이 증가하면서 비소비성 지출은 5년만에 갑절로 늘어 가계 지출증가를 주도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비(非)농어가 가구의 소득 및 지출 변화
  1996년 2000년 증감(%)
경상소득(연간) 2576만9000원 2896만2000원 12.4%
가계지출(연간) 1843만3000원 2353만1000원 27.7%
저축액(연말) 1832만4000원 2408만6000원 31.4%
부채액(연말) 716만3000원 984만2000원 37.4%
경상소득은 월급 보너스 재산소득 등 규칙적으로 받는 소득.
자료: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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