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반도체 산업 SoC기술에 달렸다

  • 입력 2002년 4월 22일 18시 11분


삼성전자가 최근 개발에 성공한 디지털TV용 칩
삼성전자가 최근 개발에 성공한 디지털TV용 칩
한국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 D램 강국이지만 시장의 불안정성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D램은 시스템IC에 비해 양산기술이 상대적으로 단순하기 때문에 D램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중국 등에 추월 당할 위험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국내 반도체 전문가들은 D램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나갈 수 있는 시스템온칩(SoC·System on Chip) 기술 개발에 반도체 산업의 운명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SoC란 하나의 칩에 다양한 기능을 가진 회로를 한꺼번에 집적한 기술집약적 반도체. 당연히 D램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고 공급자 중심으로 시장을 만들 수 있어 가격도 안정적인 장점이 있다.

▽반도체 산업의 미래 SoC에 달렸다〓반도체 전문가들은 디지털 컨버전스(복합) 시대의 막이 오르면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접목된 제품이 요구될 것이고 그만큼 SoC 기술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TV 휴대전화 오디오 라디오 게임기 등 각종 전자제품 기능이 여러 가지 형태로 복합될 경우 작고 얇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도 SoC의 중요성은 그만큼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개발에 성공한 디지털TV용 SoC는 한마디로 디지털기술의 집약체로 꼽힌다. 이 제품은 개당 50달러대였던 기존 칩의 가격을 15달러 수준까지 떨어뜨리면서도 성능은 크게 좋아진 획기적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몇 종류의 시스템칩이 개발됐다고 미래를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아직까지 국내 SoC 기술은 인텔 소니 등이 버티고 있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져 있다.

메리츠증권 최석포(崔錫布) 연구위원은 “삼성이 집중적으로 시스템LSI 사업을 육성하고 있지만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소규모 회로설계 업체를 육성하고 파운더리(설계는 하지 않고 생산만 하는 업체)산업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학·연 모두 참여하는 SoC포럼 탄생〓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비롯한 국내 10여개 대학은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 소자(素子)업체들과 정부, 관련단체, 언론기관 등과 함께 ‘Soc포럼’(가칭) 설립을 추진중이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으로 포럼 설립이 추진 중인데 각계 전문가 5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보통신부가 이 사업을 지원하고 있어 하반기에는 정식 발족이 가능할 전망.

전문가들은 이 포럼이 미국 인텔의 펜티엄프로세서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용(用) 칩과 같은 비메모리 SoC를 탄생시키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럼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KAIST 유회준(柳會峻) 교수는 “미래의 반도체 산업은 칩에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집적시킬 수 있는 SoC 기술에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며 “SoC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힘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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