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高관세 美-EU이어 亞洲로]‘철의 장벽’ 도미노 비상

  • 입력 2002년 3월 22일 18시 30분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이 수입 철강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물리기로 함에 따라 국제 철강시장은 각국이 경쟁적으로 수입장벽을 높이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가장 좋지 않은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당초 한국업체의 수출물량 중 15∼16%를 차지하는 미국이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취했을 때부터 정부와 업계는 대미(對美) 수출 감소 못지 않게 다른 지역의 연쇄 반응에 따른 ‘후폭풍’을 더 우려해 왔다.

다만 EU가 최고 30%의 수입관세를 부과하더라도 EU로의 수출 감소 등 직접적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U에 대한 철강 수출이 전체의 5% 남짓으로 많지 않은 데다 EU가 추가 관세를 물리기로 한 대상은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해 대신 유럽으로 밀려드는 철강’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포스코 이병우 통상팀장은 “EU는 최근 3년 동안의 수출물량을 보장하면서 추가로 밀려드는 범위에 대해서만 규제하는 이른바실적수량보장쿼터(TRQ)를 적용할 것으로 보여 기존 EU 수출 물량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과 EU 등의 ‘철강 전쟁’ 여파로 이르면 다음주 초 중국도 자국으로 수입되는 한국산을 포함한 외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반덤핑’ 판정을 내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물량 기준으로 국내 철강 수출의 26.8%, 금액으로는 27.4%를 차지하는 가장 큰 수출시장이다.

지난해 12월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세이프가드를 요청한 후 태국은 이미 올 1월 품목에 따라 20∼25%포인트 정도 관세를 높였으며, 말레이시아도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발표한 열흘 후인 15일 관세율을 무려 50%포인트 올리는 등 자국 시장 방어에 나섰다.

러시아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 이후 동남아시장을 제1의 대체시장으로 삼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밝혀 이 지역에서 한국 일본 러시아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분석했다.

김동원기자daviskim@donga.com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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