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이닉스 ‘독자생존’ 논란

  • 입력 2002년 2월 21일 18시 15분


‘하이닉스반도체는 혼자 힘으로 살아날 수 있을까.’

하이닉스가 해외매각 대신 ‘홀로서기’가 가능한지 탐색하고 있다. 아직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매각협상을 진행 중이고 결과를 비관할 단계도 아니지만 마이크론의 무리한 요구에 지친 채권단은 자력갱생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고 마지막 저울질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의 ‘낮은 수준의 제휴론’도 나왔지만 그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은 채권단에 큰 고통을 요구한다. 회사가 장기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부채를 추가 탕감해야 하고 수조원의 신규자금도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독자생존을 위한 전제 조건〓독자생존론(論)의 배경은 이렇다. 마이크론이 요구하는대로 부채를 47% 탕감해주고 신규자금 15억달러(약 2조원)를 대출해 주느니 차리리 그 돈을 하이닉스에 투자해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는 것.

현재 일부 채권단과 애널리스트들은 30%의 부채탕감과 1조원의 신규자금 지원이면 홀로 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D램 가격도 지금보다 더 올라야 한다. 현재 평균 4.0∼4.75달러 수준인 고정거래가격이 내년까지 5달러 이상을 유지한다면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주장한다. 미래에셋증권 오진근 선임연구원은 “D램 가격이 5달러가 되면 올해 6조원 이상의 현금흐름이 생겨 부채탕감 없이도 부채 6조5000억원을 갚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독자생존 성공 가능성 얼마나 되나〓‘나홀로 경영’의 성공은 전적으로 채권단의 과감한 신규자금 지원여부에 달려 있다. 하이닉스가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지연돼온 설비투자를 하루 빨리 재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권단이 또 다시 ‘위험 회사’에 거액을 지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론의 향배도 가늠하기 어렵다. 메리츠증권 최석포(崔錫布) 연구위원은 “지금은 마이크론과 협상 중이므로 쉽게 말할 수 있지만 D램 시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주머니를 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계선 빠른 매각 지지▼

▽만만찮은 조기매각 찬성론〓조사평가전문기관인 fn리서치&컨설팅이 최근 국내 대학 상경계열 교수 200명과 금융업계 종사자 800명 등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이닉스 처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조속한 매각’을 지지하는 의견이 56.6%로 절반을 넘었다. 반면 ‘독자생존’을 지지하는 의견은 43.4%에 머물렀다. 매각조건에 대해서도 ‘마이크론의 요구를 가급적 수용해 조기타결해야 한다’는 응답이 46.1%로 ‘매각대금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30.2%)보다 많아 보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투신권, 채권단 전체합의 요구▼

투자신탁업체들은 21일 하이닉스반도체의 D램 사업부 매각 협상이 채권단 일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전체 채권단의 이해가 조율되지 않으면 협상을 반대하는 것은 물론 손해배상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하이닉스에 대한 채권을 가진 15개 투신업체의 대표단은 이날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을 방문해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

투신 대표단은 매각대금의 분배기준에 대한 채권단의 합의 없이 일부가 매각 협상을 일방적으로 해서는 안 되고 펀드에 가입한 고객에게 손실이 돌아갈 수 있어 추가적인 채무 조정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10월말 채권단 2차 회의에서 투신권은 출자전환 대신 채권 이자를 11%에서 6.5%로 내린 반면 은행권은 3조원을 전환사채(CB)로 받은 만큼 이를 매각대금 분배대상에서 빼야 한다고 덧붙였다. 투신권은 하이닉스에 대해 1조2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갖고 있다.

김상철기자 sckim007@donga.com

◇하이닉스 독자생존의 전제조건

①D램(128메가 SD램 기준) 가격이 향후 2년간 5달러 이 상을 유지.

②채권단이 상반기 중 1조원 이상 신규 자금 지원.

③신규자금 지원 시 부정적인 여론 극복.

④6조5000억원 수준인 국내 부채에 대한 채무 조정.

⑤올해 1조원, 내년 2조원의 신규투자 등을 통해 기술 경 쟁력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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