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경쟁력 비상

  • 입력 2002년 1월 15일 18시 38분



세계 각 지역이 자유무역협정(FTA)이나 관세동맹 등으로 블록화되면서 여기서 소외된 한국은 수출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일본이 14일 싱가포르와 무역협정에 공식 조인함으로써 한국은 지구상에서 지역무역협정을 맺지 않은 희귀한 나라가 됐다. 현재 세계무역기구(WTO) 144개 회원국 중에서 지역무역협정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중국뿐이다.

더구나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 등과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이어 미주 34개국을 포괄하는 미주자유무역협정(FTAA)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싱가포르에 이어 아세안 등과 FTA체결을 서두르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이 ‘국제 미아’가 되리라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 교역의 변방으로 밀려날 수도〓수출업체들은 이미 곳곳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고 있다.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에 승용차나 TV를 수출할 때 유럽연합(EU) 국가들은 무관세로 수출하지만 한국 제품은 13∼30%의 관세를 물어야 한다. 또 미국 시장에 신발 직물 등을 수출할 때 멕시코 제품은 무관세지만 한국 제품에는 15∼20%의 관세가 매겨진다. 정인교(鄭仁敎)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FTA연구팀장은 다른 모든 나라가 FTA를 체결하고 한국만 제외될 경우 한국경제는 매년 성장률이 1.33%포인트 낮아지고 수출이 344억달러 줄어드는 부작용을 겪을 것으로 추산했다.

▽FTA의 득과 실〓FTA를 체결하면 서로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없앰으로써 시장이 커진다. 상대국 기업과의 합종연횡이 활발해지고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높아진다. 커진 내수시장을 보고 외국인의 투자도 늘어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반덤핑 등 수입규제를 면할 수 있다. 운명공동체가 됨으로써 경제적 이득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적 측면의 지원도 얻을 수 있다.

반면 상대국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은 구조조정이나 근로자의 실업 증가가 불가피하다. 최낙균(崔洛均) KIEP 무역투자실장은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이미 다자협상과 양자협상 지역협정 등 다원적 통상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日과 우선 협정…동북아 동남아로 확대 ▼

▽일본과 FTA 유망〓한국은 FTA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듯한 칠레와 가장 먼저 체결을 추진했다. 그러나 칠레의 값싼 농산물이 대량 수입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농민 반발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기업과 연구기관들은 일본을 유력한 상대국으로 꼽는다. 전자 자동차 등 한국의 전통적 취약 분야 경쟁력이 많이 높아졌고 부품 소재 등에서 일본 산업과의 보완성도 커졌기 때문. 한국과 일본은 이미 대부분의 관세가 낮아서 10년 이상 점진적으로 폐지하면 큰 타격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과 일본을 축으로 장차 중국을 포함하는 동북아 지역협정을 맺고, 이와 동시에 동남아 등과의 경제공동체를 추진한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미국은 무역협회 조사 결과 주요 수출업체들이 가장 FTA체결을 원하는 국가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농산물 수출국에 속하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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