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만 D램 업체 사업포기 속출…'반도체 짝짓기' 가속

  • 입력 2001년 12월 19일 18시 29분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도시바의 미국 생산라인을 인수해 D램 업계의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당초 도시바와 조인트벤처 설립을 추진했던 독일의 인피니온은 협상 결렬로 다른 파트너를 찾아 나섰으며 하이닉스반도체는 마이크론과 제휴 형태를 두고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본과 대만의 중소 업체들도 대형 업체에 ‘투항’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어 내년 초까지는 업계의 ‘짝짓기’가 구체화될 전망이다.

▽일본 대만 D램 사업 포기 움직임〓D램 업체들이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이유는 현재 생산규모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기 때문. 이미 D램 부문을 통합해 엘피다를 만든 NEC와 히타치는 해외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했으며 도시바는 미국 공장을 마이크론에 넘기고 사실상 D램을 포기했다. 엘피다도 현재로선 독자생존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만업체들도 기술제휴처인 일본업체들의 D램 사업 포기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만의 뱅가드나 윈본드를 비롯한 상당수 업체들은 D램 사업을 포기하거나 삼성전자 등 대형 업체에 제휴의 손길을 뻗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전략적 제휴 형태는〓마이크론이 인수한 도시바 설비가 소규모이기 때문에 하이닉스와의 협상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반도체 전문가들은 양사 간의 협상이 하이닉스가 원하는 대로 성사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의 핵심설비만 가져가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로선 마이크론이 탐내는 하이닉스의 미국 유진공장을 넘기고 대신 마이크론 지분을 채권단이 받는 형태가 유력한 편. 제휴의 끈이 생기면 두 회사가 기술개발과 생산 마케팅에서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게 돼 PC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지 못할 경우에는 삼성전자 등과의 제휴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독자생존 가능할까〓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삼성전자는 이미 독자생존으로 가닥을 잡은 상황.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고 고부가가치 반도체 생산비중이 높아 독자생존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D램 업계가 합종연횡을 한다 해도 삼성은 기술력과 마케팅에서 경쟁사에 훨씬 앞서므로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홀로서기’와 마이크론-하이닉스의 제휴가 성공하면 D램 업계는 삼성전자의 하이엔드(Hi-End) 제품과 마이크론-하이닉스, 인피니온 등의 ‘3강 체제’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영해·김두영·박정훈기자>yhchoi65@donga.com

최근 세계 주요 D램업체의 구조조정 동향
업 체(국 가)구조조정관련 주요 움직임
삼성전자(한국)3·4분기까지 0.15㎛ 공정 90% 이상 확대 0.12㎛ 공정 조기 도입 추진 D램 신규투자 지속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미국)싱가포르 FAB 가동 중단 도시바 미국 공장 라인 인수 하이닉스 인수 추진
하이닉스반도체(한국)미국 유진공장 6개월 가동 중단 마이크론과 제휴 추진
인피니온(독일)도시바 인수협상 결렬, 대만업체 인수추진 차세대 256메가에 집중
NEC(일본)스코틀랜드, 로즈빌 등 해외 D램 생산 중단
도시바(일본)D램 생산중단 계획 대규모 구조조정(1만7000명 감원 발표)
후지쓰(일본)D램 생산 축소 대규모 구조조정(1만6400명 감원 발표)
미쓰비시(일본)D램 생산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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