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안전 1등급 회복]소잃고 외양간 고친格

  • 입력 2001년 12월 6일 18시 27분


항공안전 2등급 추락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장관이 경질되는 등 진통을 겪은 끝에 등급 추락 100여일만에 가까스로 1등급을 회복했다.

미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등급이 하향 조정된 후 1등급으로 복귀하는데는 통상 6∼12개월이 걸리는 것에 비하면 빠른 시일 내에 명예를 회복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그동안 ‘연내에 1등급을 회복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총리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갖는 등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서 항공법령 정비, 수천쪽 분량의 기술지침서 제정 및 개정, 항공전문인력 대폭 확충, 정부 검사관에 대한 교육 등을 진행해 왔다. FAA가 문제삼은 운항증명제(AOC)도 노선별로 허가하던 것을 FAA의 지적대로 정기 부정기 업체별로 재신청을 받아 운항허가를 다시 발급하기로 했다.

이번 항공등급 추락 및 회복 파동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둔감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에 대한 뼈저린 교훈을 남겼다. FAA는 미국의 정부기구이지만 유엔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기준에 따라 각국 정부의 ‘항공안전(관리) 등급’을 매기기 때문이다.

ICAO는 지난해 8월 한국에 대한 점검 결과 28개 항목의 미비점을 지적했으며 이에 따라 FAA는 올해 3월 한국 정부에 항공안전을 심사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때부터라도 ICAO의 지적사항을 고치기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면 2등급 추락은 없었을 것이라고 건교부 관계자들은 아쉬워했다.

ICAO의 지적사항을 고치기 위해서는 법을 고치고 전문인력을 늘리는 등 정치권과 다른 부처의 협조가 필요했다. 그러나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현 정부에서 인원과 조직을 늘리는 것은 안된다”는 논리와 여기에 밀려 ‘남의 탓’만을 앞세운 건설교통부의 안일함이 겹쳐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한 국장급 간부는 “솔직히 2등급 추락이 이렇게 큰 파장을 가져올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나마 2등급으로 떨어지고 국적 항공사의 신규 취항과 코드셰어(좌석공유) 중단 등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벼락치기 대책 마련’에 들어가 해를 넘기지 않고 등급을 회복한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