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비즈니스/인터뷰]프래드 랭해머 에스티로더 사장

  • 입력 2001년 11월 25일 18시 19분


소비재를 생필품과 사치품으로 구분한다면 고급화장품과 향수는 물론 사치품이다. 불경기에는 사치품이 잘 안팔리게 마련. 에스티로더 크리니크 아라미스 오리진스 등 명품브랜드를 줄줄이 거느린 에스티로더 그룹은 세계적으로 경기가 안좋았던 올 회계연도(2000년7월∼2001년6월)에 영업이익 기준으로 8% 성장을 했다. 에스티로더그룹 본사의 프래드 랭해머 사장(사진)은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인 한국지사를 최근 방문했다.

“50년간 한해도 전년보다 성장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어요. 화장품회사라기 보다 ‘기초과학’회사라고 할만큼 연구개발에 힘을 쏟은 것이 비결이랄까요. 에스티로더의 주력은 ‘스킨 케어(피부관리)’제품이거든요. 약품과 마찬가지로 정교한 첨단기술이 필요한 분야죠.”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려면 수년씩 걸린다. 에스티로더는 ‘제때’ 시장에 제품을 내놓기 위해 제조기술과 용기디자인을 아이디어가 나오는 대로 미리 개발해 놓는다.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았지만 언제라도 선보일수 있는 제품이 약350개. 물론 이중에 많은 제품은 영영 시장에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스킨케어는 이를 닦는 것과 같아요. 늘 닦아줘야 웃을 때 환한 아름다움이 나오잖아요. 아무리 좋은 색조화장품을 쓰더라도 아름다움의 기초는 건강한 피부거든요. 여성을 당당하고 자신있게 해주는데 일조한다는 것이 에스티로더의 자부심이기도 하죠.”

랭해머 사장은 한국은 ‘까다로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여름의 자외선과 겨울의 건조함 등 피부가 견디기에 극단적으로 다른 기후가 존재하는 데다 소비자의 수준도 높기 때문.

“곧 한국어로 볼 수 있는 인터넷사이트도 열 것입니다. 인터넷에 관한 한 한국은 세계적으로 특수한 나라니까요. 에스티로더도 인터넷이 한국고객을 만나고 제품을 판매하는 중요한 통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대비하고 있습니다.”

에스티로더는 1개월전에 미국에서 에스티로더의 모든 브랜드를 접할 수 있는 ‘글로스닷컴’(www.gloss.com) 사이트를 열었다. ‘명품’업체들이 고급이미지를 손상시킬까봐 인터넷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

백화점과 무역업체에서 일했던 랭해머 사장은 75년 에스티로더에 들어왔다. 일본지사장 등을 지냈으며 일본어 영어 독일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남성으로서 생소할 듯한 화장품업계에 뛰어든 이유를 묻자 ‘믿거나 말거나’ 이렇게 대답했다.

“아름다운 여성들과 늘 함께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에스티로더그룹은 46년 세워졌으며 120여개국에 진출해 있다.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약46억달러와 3억4700만달러. 한국법인은 91년 설립됐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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